국토교통부가 강남 재건축 시장에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과열 진정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부동산정책을 수요억제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분명히 전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14일 국감에서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투자목적의 과도한 수요 등에 의한 과열현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에는 단계적·선별적인 시장 안정시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역별 주택시장의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각 지역의 시장상황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장관은 “시장동향을 세부지역별, 주택유형별로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약 광풍 속에 분양권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고, 불법전매가 기승을 부리며 주택가격 자체가 급등하는 지역만 정조준해서 맞춤형 대책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강남 등 과열 우려가 제기되는 지역에 대해 수요대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과열이 해소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일 경우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전환기에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규제완화, 공급조절에서 수요억제로 바뀌는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정부는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재건축 연한 단축,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 단축 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일관되게 추진했다. 이 덕에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2012년 -1.43%에서 2013년 0.31%, 2014년 1.71%, 2015년 3.51%로 점차 회복됐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투기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1000조원에 육박하는 단기 부동자금의 강남 쏠림 현상도 강남 시장을 비이성적 과열 상태로 내몰고 있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더구나 강남 집값 급등을 방치하다가는 내년 대선판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은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촉구하고 있다. 여론 악화와 여·야 정치권 지적에 그동안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주저했던 국토부도 투기억제를 위한 수요대책 마련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강남 등 과열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청약 재당첨 제한, 청약 1순위 기간 연장 등 수요 억제책이 진정효과를 가져올 것이냐의 문제이다.
적절한 조치라는 긍정론이 우세하지만 단기 부작용,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수요대책 만으로 강남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행령 개정작업을 감안하면 대책 발표후 본격시행까지 2달 가까이 걸린다”며 “이 기간 극심한 투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분양권 불법 전매와 다운계약서를 집중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이 ‘대체 불가능한’, ‘전국구’ 시장이라는 점도 제약 요인으로 거론된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를 수록 더 뛰어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강남 등 일부지역 집값 급등세를 잡으려다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지역을 겨냥한 대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시장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은 “과열 지역에 대한 족집게식 수요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한 번으로 그칠 게 아니라 시장이 연착륙하도록 단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추가 대책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집단대출에도
[문지웅 기자 / 김효성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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