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연속 5%가 넘는 수익률을 내며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스테디셀러’ 펀드들이 올해는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 지난 5년간 중소형·소비재가 주도해온 시장 판세가 올해 급격히 대형·IT업종이 주도하는 장으로 바뀐 가운데 기관들이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1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최근 3년(2013년~2015년) 연속 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28개인데, 이들 중 23개가 연초 이후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5개 펀드들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1% 안팎에 불과해 투자 원금을 겨우 보전하고 있을 따름이다.
예상치 못한 손실이 장기화되면서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 고충도 커지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은 “13년째 펀드를 운용하면서 시장 대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올해가 전대미문”이라며 “삼성전자, 네이버 같은 일부 대장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유일하게 5년 연속 5% 이상 수익률을 달성한 삼성중소형FOCUS펀드도 연초 이후 수익률(17일 기준)은 -11.8%로 고전하고 있다. 이 펀드의 작년 수익률은 19.2%였다. 삼성중소형FOCUS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민수아 삼성자산운용 밸류주식운용본부장은 “작년에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부분이 조정받고 있다”며 “올해 대형주 실적 증가가 기대되면서 기관들이 대형주를 사기 위해 중소형주를 대거 팔면서 수급 또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로 전환된 펀드 23개 중 10개(43%)가 중소형주 펀드였다. 최근 3년 연속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6.6%로 고꾸라졌다.
중소형주 펀드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매니저간 의견이 엇갈렸다. 민수아 본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 올해처럼 중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현 포트폴리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시장 대비 높은데다 주가도 최저수준으로 떨어
반면 박인희 본부장은 “음식료, 제약, 엔터 등 작년에 과도하게 오른 일부 업종의 주가가 빠졌지만 중소형주 지수 자체는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며 “일부 투매가 나오는 중소형주는 사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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