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조원대에 달하는 전체 공모금액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이다.
최근 한미약품 사태로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다 두산밥캣 상장 연기로 공모주시장이 급랭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성과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7일부터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 딜 로드쇼(주식 등 자금 조달을 위한 설명회)에서 '초대박'을 터트렸다. 이 기간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주문한 금액은 무려 50억달러(약 5조6775억원)에 달했다.
해외 로드쇼가 아직 반밖에 진행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기관 자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가격도 상당수가 공모 희망가(11만3000~13만6000원) 상단에 몰렸다. 특히 장기투자를 추구하는 롱온리(매수일변도) 펀드가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장기투자 펀드와 헤지 펀드들이 많은 주문을 낸 것으로 안다"며 "심지어 해외 기관투자가에 배정된 물량을 전부 달라는 투자자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직접 경영 방침과 회사 비전 등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바이오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주요 지역에서 해외 딜 로드쇼를 진행한다. 이후 국내를 거쳐 오는 27일 기관 수요예측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다음달 2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공모주식은 1654만1302주이며 전체 공모금액은 희망가 상단 기준 2조2496억원에 이른다.
업계는 해외 딜 로드쇼가 흥행에 성공한 주요 요인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몸값을 꼽고 있다. 앞서 주간사 선정 당시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10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보다 낮은 8조~9조원대를 제시했다. 종속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 기업으로 정리하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급증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실적이 없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호텔롯데가 상장 일정을 연기한 이후 공모주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역대 최대 공모주인 삼성생명이 2010년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모주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태와 두산밥캣 상장 연기 등으로 최근 시장 여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매우 불리했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침체된 공모주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4월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 바이오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