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회계절벽'에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수주산업을 대상으로 미청구공사 금액을 기재할 때 손실 가능성이 높은 충당금(손상차손)과 총액을 함께 기재하도록 공시 의무를 강화했다. 하지만 대우산업개발은 예년처럼 올해 보고서에도 총액에서 손실이 난 금액을 뺀 순액만 기재했다.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손상차손이 거의 없어 따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금감원 지적에 따라 다음 공시부터 형식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금융감독원이 수주산업 기업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와 재무제표 공시실태를 점검한 결과 대상기업 216곳 가운데 40곳(18.5%)의 반기보고서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 수주산업 기업 5곳 중 1곳꼴로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소홀했다는 얘기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사례같이 꾸준히 수익을 내다가 급격한 손실을 입는 '회계절벽'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중요한 수주계약에 관한 공시 의무가 강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의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정용원 금융감독원 회계심사국장은 "현재까지는 고의성이 없는 실무진의 실수로 보인다"며 "3분기 보고서 공시 현황을 재점검해 계속 문제가 발생하면 감리 대상을 선정할 때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점검 결과 상장기업은 194곳 중에서 32곳(16.5%)의 공시가 미흡했으며 비상장기업 22곳 중에서는 8곳(36.4%)의 공시가 미흡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용원 국장은 "올해부터 중요 계약 및 영업부문별 공시 의무가 신설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기재 위치를 오인한 기업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형별로 보면 반기보고서와 주석의 공시내용이 일치하지 않거나 총액이 아닌 순액으로 표시하는 등 중요 계약 관련 공시를 부적절하게 한 곳이 27개사(12.5%)로 가장 많았다. 이 중 미청구공사 내역을 아예 기재하지 않은 기업도 7곳이나 됐다. 올해부터 공사투입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진행률에 따라 공사수익을 인식하는 수주산업 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5% 이상 계약에 대해 별도로 계약일, 진행률, 미청구공사잔액 등을 공시해야 한다.
또 기업들은 원가기준 투입법 적용계약의 총공사 예정 원가 등을 재무제표 주석에 건축, 플랜트, 선박 등 영업부문별로 공시하도록 돼 있는데 현대엘리베이터 등 22개사(10.2%)가 이 같은 공시에 소홀했다.
이번 점검은 작년 10월 금융당국이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시행한 이후 기업들이 공시 의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최초로 실시됐다.
한편 코스닥 상장 1세대 중국기업인 차이나그레이트도 금감원 공시규정을 위반해 조사를 받고 있다. 악재를 뒤늦게 공시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공매도 흐름이 나타나 불공정거래 의혹까지 불거져 금감원이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24일 금감원·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차이나그레이트 대주주인 우여우즈 이사는 지난달 25일 미국의 한 회사에 지분 350만4000여 주를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렸고 이 미국 회사가 지분을 시장에 내다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차이나그레이트는 지난 13일에 뒤늦게 우여우즈 이사의 지분율이 46.01%에서 37.14%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맡길 경우 5거래일 내에 알리도록 한 금감원 공시 규정을 어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장 마감 1시간 뒤에 공시한 대주주의 지분율 감소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지난 13일 차이나그레이트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56% 급락했다. 특히 지난 12~13일 이틀간 공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두고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이 종목의 하루 공매도량은 통상 1000주 미만이었으나 12일과 13일은 각각 4만923주, 3만5374주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배미정 기자 / 채종원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