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해당 주소지로 외국인 등록을 했다면 내국인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미국 영주권자 박 모씨(53)가 종로광장새마을금고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외국인등록 등이 주민등록과 비교해 공시 기능이 미약하다고 해 (주민등록과)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외동포법에 따라서 한 외국인등록은 주민등록과 동일한 법적 효과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2009년 2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를 임차보증금 4억5000만원에 빌린 박 씨는 미국 국적의 남편·자녀와 함께 살았다. 2012년 1월에는 이 아파트에 남편과 자녀의 외국인등록도 했다.
아파트의 주인은 2010년 8월(4억9400만원)과 2012년 4월(12억2200만원)에 걸쳐 총 17억1600만원을 대출했다.
이후 2013년 1월 새마을금고는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고 배당금액은 13억2986원으로 책정됐다. 이 중 834만원은 1, 2순위 압류권자가 배당받고 나머지 13억1157만원을 금고가 배당받자 임차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된 박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외국인등록 후 주택이 경매에 넘겨진 경우 임차인과 담보권자 가운데 누가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주택에 주민등록을 할 경우 이후 설정된 담보권자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한다.
1심은 “외국인등록과 체류지 변경신고를 주민등록과 전입신고에 갈음하도록 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박씨에게 임대차법에 따른 우선변제권이 있다”며 박씨에게 임차보증금 전액인 4억5000만원을 배당하라고 했다. 하지만 2심은 “외국인등록 및 체류지 변경신고는 주민등록과 같은 공시기능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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