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6월 신임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8월 중순까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던 필리핀 주식시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인 강경책, 미국과 외교적 마찰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두 달 동안 증시가 10%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탈미친중(脫美親中)'의 대외 정책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중국으로부터 투자 유치 소식과 함께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긴 하다.
중국의 투자 유치는 필리핀 경제에 물론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필리핀의 부족한 인프라 시설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방중 외교를 통해 필리핀은 중국으로부터 15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투자 지원과 90억달러의 소프트론(Soft loan·금리가 낮은 차관) 등 총 240억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과 투자를 약속받았다. 이를 통해 약 300만명의 추가 일자리도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필리핀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필리핀의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필요한 자금 지원도 약속했는데 특히 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중국 마약조직들에 대해 중국 당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재발 방지에 필요한 150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양국 간 우호적 관계는 향후 필리핀의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필리핀관광청은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전체 필리핀 관광객 800만명 가운데 4분의 1인 약 200만명이 중국인 관광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고로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49만명에 불과했다.
필리핀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중국 아니면 미국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가지고는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필리핀 신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강경책을 펼치고 있지만 대외정치에 있어서만큼은 보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필리핀 주식시장은 신정부의 새로운
[데이브 왕 트러스톤싱가포르 애널리스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