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전철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삼성물산이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사업자를 선정하기까지 6개월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르면 28일 최종 입장을 정해 서울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사업제안서 제출 기한을 이달 31일로 못 박았지만 이보다 좀 더 일찍 통보키로 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대우건설, GS건설, 두산건설 등)이 원래 제안했던 사업은 송파~용산 자기부상열차였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되면서 이 사업은 위례~신사 경전철로 축소됐다. 위례신도시에서 서울 가락동·삼성동을 거쳐 신사역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4.83㎞의 노선이다.
삼성물산은 변경된 노선을 반영한 사업제안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올 상반기까지 서울시에 제출하기로 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늦어졌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다른 사업자를 정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내놓은 상황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송파~용산 노선과 위례~신사 노선은 우리에게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며 "예상 사업비가 1조원이 훌쩍 넘는 새로운 사업을 놓고 수익성 여부를 엄밀하게 따지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경전철 사업을 해본 적이 없다. 대우건설과 GS건설의 경우 각각 우이~신설 노선과 의정부 노선을 맡아 경전철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 같은 경력이 없는 삼성물산으로서는 사업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황금노선'으로 각광받았던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용인 경전철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삼성물산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초 건설 부문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이 포기할 경우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업체 중 한 곳이 주관사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주관사는 시공뿐 아니라 자금 조달과 운영 등을 전체적으로 맡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건설사가 주관사로 선정되기까지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마지막 초강남권'으로 주목받았던 위례신도시 부동산 시장에는 우울한 분위기가 짙게 깔리고 있다. '도시의 핏줄'로 통할 만큼 개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교통망이 개통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역세권 입지를 내세우던 상가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위례신사선이 개통되면 신사역에서 위례신도시까지 30분 내외면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송파구 장지동 A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가 이뤄졌음에도 단지 내 상가는 여전히 공실"이라며 "상가들이 교통망 호재에 힘입어 3.3㎡당 분양가를 4000만~5000만원 선으로 인근 문정 법조타운 상가보다 3.3㎡당 1000만원가량 높게 분양했던 터라 위례신사선 사업이 계속 미뤄지면 당분간 시장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10억원 선에 분양했던 공급면적 66㎡형 상가의 매매 시세는 12억원 선으로 2억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있
C공인 관계자는 "84.73㎡형의 경우 호가가 8억1000만~8억9000만원을 오가고 있지만 이달 실제 거래된 가격은 7억원 후반대"라며 "위례신사선 사업·트램 완공시기 지연 소식이 전해진 하반기부터는 투자 목적의 매수 문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