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리우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오혜리 선수와 그의 어머니가 심은자 한화생명 FP(오른쪽)가 인터뷰 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난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금빛 발차기로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를 지켜낸 오혜리 선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뒤엔 18년동안 딸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기 위해 보험설계사 FP(Financial Planner) 외길을 걸어 온 챔피언이 있다. 주인공은 오 선수의 어머니인 심은자 FP.
지난 8월 20일 오전 10시 강릉의 한 아파트에서는 초조하게 리우올림픽 태권도 결승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혜리 선수가 세계 랭킹 1위인 프랑스의 하비 니아르를 13:12로 이기고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오 선수는 엄마와 가족의 지원에 보답했다는 기쁨에 환호했고, 어머니 심FP는 남편이 이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며 눈물을 흘렸다.
◆우연히 시작한 FP일, 갑작스럽게 떠난 남편의 빈자리
한화생명 경포지점에 19년째 근무하고 있는 심은자 FP는 18년차 베테랑 FP로 외숙모인 이한옥 FP의 권유로 98년 2월에 FP에 입문했다. 믿을만한 사람의 권유도 있었고, 막내도 6살이 돼 약간은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FP일을 시작하기 전에 심은자 FP는 전형적인 가정주부였다. 세 아이의 육아에만 전념하며 가끔 오징어를 찢는 일 같은 부업만 했다. 오징어 1포(3kg)를 찢는데 3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하고 받은 돈이 1500원이던 시절이었다. 심은자 FP가 오징어 찢을 때 지루한 일을 묵묵히 같이 했던 아이가 오혜리 선수다.
심 FP가 일을 시작한 지 1년 후인 99년 2월 남편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평소 병원 한번 가지 않았을 만큼 건강했던 남편은 한 달 반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오 선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남편은 혈관이 약해져서 항암치료도 안될만큼 나쁜 상황이었다. 당시 지인과 동업으로 운영하는 카센터로 일하러 가겠다는 남편을 말려야 할만큼 고통이 없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심 FP는 일을 시작해 남편의 암보험에 가입했고, 유족 학자금이 나오는 교육보험에 가입해 있었다는 점이 천만다행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 세자매와 남겨진 그는 한달에 암보험을 열건 이상씩 가입시켰다. 본인의 경험 때문이었는지 심 FP의 권유에 고객은 암보험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선뜻 가입했다.
◆ 태권여왕 우뚝 선 오혜리 선수의 뒤에는…
지난 8월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오 선수는 바로 훈련에 돌입해 지난 10일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여자 일반부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한 바 있는 그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하지만 오 선수의 선수생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태권도가 한창 재미있을 무렵인 이듬해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오 선수는 관동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2위에 머물러 훈련 파트너로 베이징을 밟았다. 4년 뒤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그 전 경기에서 입은 가벼운 부상을 치료하지 않고 훈련에 임하다가 허벅지 근육 파열로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15년간 한번도 태권도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오 선수는 좌절하지 않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체육측정평가’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이러한 시련을 극복했다. 오 선수는 2014년 춘천시청 유니폼을 입고 박계희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12월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삼수만에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다.
오혜리 선수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은 지난 15년을 함께 노력하고 응원해준 엄마와 가족들 몫이다. 특히, 엄마가 FP로서 당당하게 일하는 모습에 적잖은 도전을 받았다”며 “앞으로 선수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박사과정 준비를 병행할 예정이다.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지도자로 후배들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심은자 FP는 “혜리가 고등학생이 되자 1년에 참여하는 대회가 열개가 넘었고, 그 경기들을 다 따라다녔다. 그러면서 FP로서의 일도 열심히 했고, 그런 모습에 애들도 각자의 일들을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이러한 점을 높게 평가해 최근 심은자 FP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또 한화생명 임직원과 FP들은 사내방송을 통해 두 모녀의 사연을 접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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