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역량 부재로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경남기업 부실과 모뉴엘 사건 등이 발생해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투입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하지만 이들 국책은행 혁신안에 대해 700억원 규모 운영비 절감 정도의 효과만 기대되는 소규모 인력·조직 감축에 그쳤을 뿐 자회사 관리능력 강화나 산업 구조조정 역할 수행을 위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담겨 있지 않아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산업은행은 3193명의 임직원 정원을 10% 감축해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2874명 선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부행장급을 11명에서 9명으로 줄이는 등 본점 기능도 축소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2021년 산업은행 직원 자연감소분이 146명이고 매년 100여 명의 퇴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7~9월 3개월 동안 퇴직한 사람만 29명이다. 정원 10% 감축은 사실상 꼼수"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혁신안도 기존 발표 내용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82곳인 지점도 내년 말까지 74곳으로 줄이기로 했지만 이는 2020년으로 예정한 축소 시기를 앞당긴 데 불과하다. 산업은행이 관여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상근·비상근직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도 지난 6월 발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 산업은행은 132개 출자회사를 매각할 때 시장가격으로 매각한다는 원칙을 정관과 내규 등에 명시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 11월 2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에 그친다. 다만 비금융 자회사·출자회사의 '시장가격 매각'을 공식화한 것은 헐값 매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공식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수출입은행도 전무(수석부행장)와 상임이사를 제외한 8명의 부행장 중 2명은 없애고 6명은 본부장급으로 격하시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내놨다. 본부장은 부행장과 달리 평직원과 동일한 출장비와 복리후생 등 처우를 받게 된다. 현재 2명인 상임이사도 2018년 6월 임기 종료에 맞춰 1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190명 정도인 팀장급 이상 관리자도 2020년까지 10% 감축한다. 25개인 해외 사무소는 2020년까지 22개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능 중첩 등 방대한 조직을 슬림화하는 내용은 이날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능 중첩과 금융위(산업은행)·기획재정부(수출입은행) 간 관할권 분리라는 생태적 제한 때문에 양 국책은행 차원의 혁신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과 성동조선 부실로 도마에 오른 여신심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신용평가 3심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신용평가 3심제란 여신부서와 심사부서의 1·2차 신용평가와 여신감리실 신용등급 감리(3차)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상 수주 선박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겠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