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종목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다음 거래일 공매도 거래가 제한된다. 공매도 과열 종목은 불공정거래에 연루돼있거나, 기업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니 투자에 주의하라는 조언이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공매도 및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10일 발표했다. 최근 한미약품과 현대상선 등 특정 이벤트에 앞서 외국인·기관들의 대량 공매도로 주가가 급락해 개인 투자자 다수가 손해를 보자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내년부터 한국거래소는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고 가격이 급락한 종목을 거래일 장 종료 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해 다음 매매거래일 하루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한다. 당일 공매도 거래 비중이 해당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20% 이상이고, 당일 종가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거래 비중이 과거 40거래일 평균 대비 100% 이상 증가한 종목이 대상이다. 가격이 급락한 종목에 대해 경보 제도가 운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제도를 최근 1년간(9월 말 기준) 코스피에 적용하면 대략 6일에 1개 종목 꼴로 공매도 과열 종목이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공매도에 가격을 발견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불공정거래에 활용되면 선량한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며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과열 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을 재고할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유상증자 공시일부터 발행가격 결정일 사이에 해당 종목을 공매도한 투자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관·외국인이 유상증자 직전에 공매도로 기준 가격을 떨어뜨린 뒤 증자에 참여해 차익을 얻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해당 사실이 사후에 적발될 경우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판단해 최고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불법적인 공매도로 얻은 이익의 1.5배가 5억원을 넘으면 그 금액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 밖에도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행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명확히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
올해 안에 공매도 잔고 보고·공시 기한은 현행 3일 이내에서 2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같은 중요사항은 당일 의무 공시 사항으로 바꾸기로 했다. 공시 위반에 대한 제재금도 유가 10억원, 코스닥 5억원으로 상향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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