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 대대적인 재정확대 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값이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10년 만기 국채값이 전날보다 21.9bp(0.219%포인트) 하락(금리 상승)한 2.074%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30년 만기 국채값도 같은 기간 25.2bp 떨어진 2.868%로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자의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구상은 주식과 기업 실적 상승을 자극하고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국채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국채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국채값도 장기물을 중심으로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국채값은 전날보다 6.3bp 하락한 1.465%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 역시 국채값이 9.4bp 하락한 1.587%와 14.8bp 하락한 1.819%를 각각 나타냈다. 특히 장기물인 20년물은 하루 사이 16bp 하락한 1.928%를 기록했고, 30년물은 16.1bp 하락한 1.950%로 나타났다.
한국 국채값이 급락한 데는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밤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 등으로 인해 미국 국채값이 장기물을 중심으로 급락했고, 한국 국채값도 이에 동조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며 "한동안 국내 채권시장이 미국 채권시장의 이벤트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국채값이 하락하지만 앞으로 공개될 트럼프의 주요 정책에 따라 향방이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44.22포인트(2.26%) 오른 2002.60으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순매수로 전날 트럼프 쇼크로 인한 낙폭(45포인트) 대부분을 만회했다. 코스닥 역시 23.49포인트(3.92%) 급등한 623.23으로 장을 마쳤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