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 삼성증권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렸다. 삼성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전량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금융지주 자회사 편입 요건인 30% 이상 보유하게 돼 금융지주사 설립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11일 삼성생명은 삼성증권이 가지고 있던 자사주 835만9040주(10.94%)를 2900억원에 매입한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밝혔다. 주당 매입 단가는 이날 삼성증권 종가인 3만4700원이다.
삼성생명은 "보험영업 사업 시너지 확대 및 보험자산 운용 수익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지분법 적용을 받음으로써 양호한 투자 성과가 예상되고, 삼성증권의 종합자산관리 역량을 활용한 적극적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며 "삼성증권은 자본을 확충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증권 주식을 총 30.1% 보유하게 된다. 현행법상 한 회사가 타 회사 지분을 20% 이상 갖게 되면 지분율만큼 보유 대상 회사가 순이익(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지분을 가진 회사는 지분만큼 순이익(순손실)으로 계상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 추가매입 배경을 단순한 순이익 증대와 시너지 효과 차원으로 보지 않고 있다. 대신 삼성생명을 삼성그룹 내 금융지주사화하는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법상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금융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증권이 가진 자사주를 매입해 보유지분을 30% 이상으로 늘렸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삼성생명은 올 초부터 금융지주사 구축을 위해 잰걸음을 걸어왔다. 지난 10월에는 삼성화재가 들고 있던 삼성증권 지분 8.02%를 사들였다.
이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고 11일 삼성생명이 이를 실제 행동에 옮겼다는 분석이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증권(30.1%), 삼성카드(71.9%), 삼성자산운용(98.7%), 삼성SRA자산운용(100%) 등 주요 금융계열사들의 지분을 모두 30% 넘게 가지게 돼 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삼성화재 지분을 30% 선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이 머지않아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5.98%를 추가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삼성생명의 자금 동원력이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총자산의 3% 이상을 계열사 지분에 투자할 수 없다. 이번에 삼성증권 지분 매집으로 삼성생명의 수천억 원 수준의 투자 여력만 남겨둔 상태다. 그런데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사들여야 하는 삼성화재 자사주 최소 매입액은 2조2500억원(11일 종가 29만8000원 기준)에 달한다. 또 2021년 신회계기준(IFRS4 2단계)이 시행되면 수조 원, 또는 수십조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매입자금 마련 방식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7.6%) 주식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현재 금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기든지, 장내 매각을 하든지 해야 한다. 다만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털지 않아도 금융지주사를 설립할 수 있는 금융중간지주법이 법제화될 경우 이 같은 고민을 덜 수 있게 된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