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의견거절` 후폭풍…`제2 대우조선` 되나

■ 안진회계법인 3분기 감사의견에 주가 13% 급락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 실적 검토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제시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3위 대형 건설사로, 지난해 3900억원대 '분식회계'가 적발돼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어 시장 불안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내년 초 매각을 앞두고 악재로 불거지는 양상이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건설 주가는 '의견거절'이란 감사의견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날 대비 13.67% 급락한 5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의 3분기 검토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제시하면서 "공사수익, 미청구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한 증거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부감사인은 감사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네 가지 의견을 낼 수 있다. '의견거절'은 감사인이 피감사인으로부터 충분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감사가 불가능할 경우 내는 의견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안진회계법인 측이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모든 사업장에 대한 원가율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건설사들은 사업장의 원가율을 조정해 분식회계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모든 사업장의 원가율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요청했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대우건설은 '의견거절'을 받은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측은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관련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보니 대우건설에 대해 평소보다 강도 높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기보고서는 사업보고서에 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종류나 자료의 깊이가 훨씬 낮은 수준인데 이번에 안진은 분기보고서임에도 사업보고서 수준의 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주처와 관련된 자료는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 이번에 기한 내 내지 못했다"며 "올 연말 사업보고서 때는 필요한 자료를 모두 성실하게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가 감사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2012년 기업회생절차를 앞둔 건설사들이 '의견거절' 결과를 받았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회계법인은 상장사로부터 일감을 수주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회계감사 후 '한정'이나 '부적정'과 같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3년의 감사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 추가 수임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에 대해 '의견거절' 의견을 내린 이유는 지정감사인이라는 특수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지난해까지 삼일회계법인로부터 감사를 받았는데, 금융감독원 감리 결과에 따라 올해 2월부터 외부감사인으로 안진회계법인을 지정받았다.

한편 대우건설의 이번 3분기 실적발표에서는 빅배스(과거의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손실이나 이익 규모를 있는 그대로 회계장부에 드러내는 것)가 나타나지 않았다. 건설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8월 박창민 사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전임자의 부실을 한번에 3분기 실적에서 털어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장 손익 자료는 전산화가 잘돼 있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집계된다"며 "경영자가 회계장부 마사지를 통해 손익 수준을 조절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지만 회사가 당장 상장폐지 절차를 밟지는 않는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에 대한 회계법인의 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분기보고서에 대한 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회사 회계처리 신뢰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연간 사업보고서의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대우건설 주가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대우건설 분기보고서는 감리 대상이 아니다"며 "다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태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본격 돌입한 산업은행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실회계 의혹이 커져 주가가 폭락하면 매각 일정이 연기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도 이날 줄줄이 대우건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김대기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