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 뉴욕증시(NYSE)에 상장했던 '벨로시티셰어즈 3배 인버스 원유 ETN(약칭 DWTI)'과 '벨로시티셰어즈 3배 롱 원유 ETN(약칭 UWTI)'을 다음달 상장폐지한다고 17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두 상품은 지난해 국내 거래대금이 1조원이 넘을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이 자주 매매했던 상품이다. 미국에서도 두 상품의 하루 평균 거래가 2100만건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원유 가격을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 가운데 가장 거래가 많은 상품 중 하나로 꼽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들 두 상품을 다음달 8일까지만 정규 시장에서 매매가 가능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9일부터는 장외(OTC)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발행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향후 원하는 가격에 청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상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ETN 상품이 상장폐지되면 유동성공급자(LP)가 제 역할을 못해 환매가 어려울 수도 있다. 매도가 불가능한 만큼 돈이 묶일 수 있다는 얘기다.
DWTI와 UWTI는 2012년 2월 크레디트스위스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킨 ETN이다. 'S&P GSCI 원유지수'의 일중 변동폭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도록 설계됐다. 17일 하루만 해도 유가선물은 1%대 하락세를 보였지만 UWTI는 8% 떨어지고 DWTI는 8% 상승했다. 그만큼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셈이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의 한 종류로 거래소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이용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ETN은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도록 설계돼 있어 증권사 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크레디트스위스가 갑작스레 상장폐지를 결정한 이유는 상품수지가 악화되고 규제마저 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유선물시장에서는 최근 결제 시점이 멀수록 선물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콘탱고)이 급격하게 나타나면서 발행사가 수익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미국 증권위원회(SEC)가 올 들어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 압력을 강화하면서 수익률의 2~3배 이상을 벌 수 있는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ETN 상품이 속속 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원유선물처럼 변동성이 큰 기초자산에 대해서는 레버리지 2~3배를 허용한 나라가 없다.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들도 유가선물에 연동해 수익이 움직이는 ETN 상품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1배짜리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올 상반기 홍콩 최초로 선물 기반 원유 ETF
이에 따라 국내에서 해외 고위험 ETN에 투자하는 고위험 투자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3배 레버리지 원유 ETF 등은 고위험 상품군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