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서울시 도계위에서 재건축 승인이 좌절된 송파구 진주아파트 전경. 바로 옆 미성아파트, 크로바맨션과 함께 대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네이버항공뷰] |
올해 11월까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 심의 결과 성적표다. 구룡마을 개발, 호텔신라 한옥호텔 건립 등 굵직한 사안이 통과되기도 했지만 강남 3구 재건축 성적은 처참하다. 강남 재건축사업이 줄줄이 서울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과열 양상을 빚은 강남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1일 매일경제가 올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오른 강남 3구 재건축 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장에 파급력이 큰 1000가구 이상 대규모 사업은 서울시 심의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도계위 심의 결과 송파구 잠실아파트지구 내 진주아파트 주택 재건축 예정 법적상한 용적률 결정안이 '보류' 판정을 받았다. 진주아파트는 기부채납해야 하는 녹지공원 조성이 문제가 됐다.
도시공원법에 따르면 1000가구 이상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가구당 3㎡ 이상의 공원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2950가구로 대규모 재건축단지인 진주아파트는 단순 계산으로 공원 8850㎡를 확보해야 한다. 조합은 공원과 도로 등 용지 5835㎡를 기부채납할 예정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주아파트는 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공원 면적을 충족하지 못해 안건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10여 년 전부터 추진위를 결성해 재건축을 추진해온 주민들은 도시공원법 규정이 아닌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 들어간 공원·녹지 확보 규정을 따르면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진주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미성아파트·크로바맨션 역시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재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는 1000가구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는 오래된 대형 단지가 유난히 많다. 문정동에 위치한 가락1차 현대아파트(920가구)나 가락동 삼환가락아파트(1139가구), 가락극동아파트(1070가구)는 모두 6월 도계위에 안건으로 올라와 보류된 후 잠잠하다. 최근 심의에서는 잠실동 잠실우성4차 아파트와 신천동 잠실아파트지구 진주아파트도 올라왔지만 심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주공5단지는 1318가구 규모 대단지로 1983년 입주해 33년이 된 노후 단지다. 다른 인근 주공아파트와 달리 고층이라 재개발에 난항은 예상됐지만 5월 도계위에서 보류 판정을 받은 이후 안건으로도 올라오지 못했다. 총 5748가구 거대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아파트지구 1·2·4주구와 2996가구 규모 신반포3차 경남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 도계위는 특히 반포아파트지구 1·2·4주구 재건축안을 보류시킨 데 대해 "워낙 가구 수가 많아 아파트 길이만도 1㎞에 달할 정도라 재건축 시행 시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면서 두 번이나 돌려보냈다.
재건축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남 금싸라기 땅을 시에 내놓아야 하는 기부채납은 종종 재건축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시와 조합이 기부채납과 용적률을 맞교환하는 재건축 구조 때문이다. 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 합의 비율을 나타내는 용적률은 아파트 재건축 때 사업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서울시는 도시정비기본계획을 통해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 재건축 지역 허용 용적률을 230%로 제한하고 있다. 시는 종상향을 통해 최대 용적률을 300%까지 끌어올려 사업성을 높여주는 대신 조합 측에서 기부채납 형식으로 용지를 받아 공원이나 도로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반면 내년 말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를 앞둔 강남 재건축 조합의 마음은 급해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려면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허가 절차당 최소 3~6개월이 걸리는 사실을 감안할 때 현재 시점에서 '조합설립인가' 단계를 넘어서 있어야 유예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남 3구 재건축단지가 잇달아 도계위 심의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공급 축소'로 인해 기존 주택시장에는 호재로
[김기정 기자 /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