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투자처의 명암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벗어나 더 높은 수익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은 어떤 국가의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매일경제는 은행·증권사 자산관리 전문가들로부터 유망한 해외 시장과 상품, 그리고 리스크 투자 기업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단기적으로는 선진국 자산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진국 자산시장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 강세를 보이는 미국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트럼프가 공언한 정책은 모두 미국 중심의 정책들"이라며 "트럼프 당선으로 직접적으로 수혜를 보는 국가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박대범 농협은행 WM은 미국 은행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인 한국투자증권 '월스트리트 투자 은행 증권 투자 신탁(주식형)'을 추천했다. 박 WM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오는 12월에는 FRB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정돼 있어 은행의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일본 주식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엔화 공급 확대와 달러화 강세가 엔화 약세를 이끌면서 일본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3분기 수출이 지난 분기보다 2% 증가하며 국내총생산이 2.2% 성장했다. 박 WM은 단기적으로 일본 자산을 담은 펀드인 KB STAR 일본 레버리지 증권 상장지수 투자신탁(주식형)을 추천했다. 그는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일반 지수 상승분만큼 수익을 주는 인덱스 펀드 수익률의 두 배이기 때문에 장이 상승세일 때는 더욱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이머징 마켓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특히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인프라 투자 정책이 실현된다면 장기적으로 원자재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이머징 마켓과 러시아, 호주 등의 부상을 예견했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성장세 측면에서 펀더멘털이 차별화되고,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낮은 편에 속하는 신흥국의 경우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성장 가능성이 있는 투자처"라며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은 GDP 내 수출 비중이 낮은데 그중에서도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성장률이 견고하다"고 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16년 4.94%, 2017년 5.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별로는 채권보다는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눈에 띄었다.
고재필 하나은행 PB팀장은 "신흥국 채권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 채권 금리가 향후 FRB의 기준금리 결정과 트럼프의 정책이 어떻게 실현될지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신흥국 채권은 미국 채권 금리의 변동에 따라 변하는 만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고 팀장은 구체적인 신흥국 투자상품으로는 이머징 펀드를 추천했다.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상품보다는 여러 국가 자산을 담아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윤석민 신한은행 PWM 역시 주식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는 손실이 많이 난 상태"라고 밝힌 뒤 "장기적으로 보면 인도네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유망하다"며 "주식은 경제성장률을 따라가는데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이 6% 가까이 된다"고 했다. 윤 PWM은 구체적인 상품으로 ETF를 추천했다.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기 때문이다. 그는 "수수료 측면에서는 ETF가 유리하다"며 "펀드는 판매·운용 수수료가 2%정도인 반면 ETF는 운용수수료가 없고 거래수수료 역시 거래 금액의 0%대로 매우 낮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천연가스와 원유 등 원자재 수출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러시아 자산시장이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자국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된다면 원료 수요가 커지면서 러시아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자재 수출국에서는 브라질보다는 러시아가 펀더멘털, 미국과의 관계 등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해당 국가 증시는 최근 주가 조정으로 가격 부담도 덜어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 관련 펀드로 신한 BNPP 봉쥬르러시아 증권, 미래에셋 러시아업종대표 등이 있다. 호주는 철광석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고재필 하나은행 PB팀장은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를
※도움말 주신 분=고재필 하나은행 PB팀장, 박대범 농협은행 WM, 윤석민 신한은행 PWM,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 정의민 미래에셋 연구원,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