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판 나스닥' 직접투자 시대 내달 5일 개막
2014년 11월 후강퉁(상하이·홍콩증시 교차 거래) 시행에 따라 중국 증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학습효과가 KIC의 발 빠른 행보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후강퉁 시행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2015년 6월 12일 5166까지 치솟으며 7개월간 108% 급등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C는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중국 주식에 2억달러(약 24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다음달 주식을 위탁해 투자하는 운용사 4곳을 추가로 뽑는다. 연내 운용사 선정 작업을 마치고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2억달러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 8월 현재 6억6000만달러(약 7800억원)를 기록 중인 KIC의 중국 주식투자 자금은 8억6000만달러(1조200억여 원)로 3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KIC는 최근 국내 운용사를 상대로 중국 주식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지원 서류를 받았다. 지원 서류를 보낸 10여 곳의 운용사 중 최대 4곳을 다음달 말까지 선정해 내년부터 위탁운용에 들어갈 방침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IC가 운용사 역량과 실적을 평가해 3~4곳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KIC 물량을 따내기 위한 운용사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 대다수가 지원 서류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KIC가 선강퉁 시행 등 여러 가지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결과 신흥 국가 중에서 중국 주식 전망을 가장 밝게 보는 것 같다"며 "내수 기반이 탄탄한 중산층 성장에 따라 소비재와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수혜를 볼 기업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KIC의 중국 투자 확대는 선전증시 등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IC 투자가 선전증시의 상승세를 점치는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국부펀드인 KIC의 중국 투자 확대는 선전증시 활력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KIC의 투자 확대가 많은 기관의 선전증시 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쑨위 HSBC은행 글로벌 연구책임자는 "성장성이 큰 상장사가 많아 선강퉁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 관심도가 높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망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국부펀드의 과감한 투자 확대와 해외 분위기에 자극받아 중국 관련 상품을 줄줄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흠 한화자산운용 상무는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중국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가는 추세"라며 "국내에선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는 분위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국의 투자매력이 다시 돋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KIC 투자가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에 방점이 찍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KIC가 대형 이벤트인 선강퉁을 앞두고 시장을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 방식보다 알짜 종목을 적극 추려 내는 '액티브' 투자를 결심한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장이 흔들릴 때 건실한 기업에 돈을 묻고 기다리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찐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시진핑 중국 정부는 어떤 외교 상황에서도 최소 연 6.5% 이상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강퉁 시대 개막 등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은 아직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KIC의 투자 확대는 국내 운용사의 해외 투자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큰 그림의 일환이기도 하다. 올해 초 취임한 은성수 KIC 사장은 "국내 운용사의 해외 주식 위탁 규모를 꾸준히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용어 설
▷ 선강퉁(深港通) : 중국 선전증시와 홍콩증시의 교차거래를 의미한다. 선강퉁이 시행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선전증시에 상장된 1764개 종목(6월 말 기준) 가운데 881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의 교차 거래를 뜻하는 후강퉁은 2014년 말 시행됐다.
[홍장원 기자 / 김효혜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