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이후 코스피 어디로…브라질 탄핵사태와 비교해보니
한국에 앞서 탄핵 사태를 겪은 브라질은 호세프 전 대통령이 최종 판결(국회 상원 표결)까지 버틴 점이나 단계별로 불확실성이 상존해 주가 등락이 나온 점에서 국내 사정과 유사하다. 한국은 9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6개월 안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따라 탄핵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브라질에선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탄핵 기대가 커지자 '브라질의 코스피'인 보베스파지수가 올 초 급등하기 시작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정부의 막대한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영은행 자금을 임의로 사용해 탄핵 대상이 됐다. 작년 12월 이후 브라질 국회 하원의 탄핵안이 가결된 시점인 지난 4월 18일까지 지수는 무려 18% 상승했다.
지난 5월 12일 상원이 탄핵 심의에 착수하고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시점을 정점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브라질 주가지수는 5만선이 깨졌고 4월 18일 주가로 돌아가는 데 3개월 가까이 걸렸다. 대통령 직무 정지 시점 이후 5월 말까지 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가 5% 넘게 오르며 산유국인 브라질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같은 기간 지수는 8% 급락했다. 상반기까지 브라질 경제는 바닥이었다.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1에 불과했다. 이 지수가 50을 넘어야 경기가 확장된다는 뜻이다.
지난 8월 30일 상원 표결로 탄핵이 확정되자 12월 7일까지 지수는 6.1% 상승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4월 이후로는 16.1% 올랐다. 표면적으론 탄핵 불확실성이 사라진 게 호재였지만 그동안 브라질 PMI가 최근 3개월(9~11월) 연속 46으로 상반기보다 올랐고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상승한 게 또 다른 배경이 됐다.
국내에선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흔들렸지만 한 달 새 하락폭이 만회됐다.
2004년 3월 초 900대 초반에 머무르던 코스피는 같은 달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900선이 붕괴되며 891.58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이틀간 약세를 이어가던 주가는 탄핵안 가결(3월 12일) 당일 장중 최대 5.5%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브라질이나 최근 국내 상황과 다른 점이라면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탄핵 반대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가는 3월 13일 이후 반등에 성공하면서 4월 6일 9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외국인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탄핵 가결일부터 900선 재돌파까지 17거래일 동안 외국인들은 무려 1조8887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이후 4월 29일 중국 정부가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정책을 발표하자 '차이나 쇼크'로 국내 증시는 추락했다. 단기 고점을 찍은 4월 23일 이후 15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무려 22.1% 급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2조2625억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외국인이 주식시장이나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보여주는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탄핵 가결 시 국정 마비 이슈가 완화되는 과정에서 지수 상승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일호 기자 /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