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조 굴리는 삼성운용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동참
그동안 기업의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해 사실상 '찬성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내년부터 기업 주주총회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16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자산운용사·보험사 등 고객 돈을 맡아 대신 운용하는 주요 수탁사를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9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행정공제회는 사실상 도입을 거의 확정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비롯해 KB자산운용 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 군인공제회 등도 긍정적으로 도입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들 9개 기관의 운용자산 규모는 1155조원으로 10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한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다른 대기업 계열 보험·자산운용·증권사들도 삼성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수년간의 논쟁 끝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국내에 도입하게 됐다"며 "많은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어 국내 자본시장에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를 열고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본을 제정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에서 정한 의결권 행사 관련 지침으로 개별 기관투자가가 스스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자율적으로 이행하면 된다. 홈페이지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정책, 절차, 공시에 관한 책임자를 지정해 연락처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의결권에 반대하거나 기권했을 경우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기관투자가들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기관투자가의 명단과 구체적인 의결권 행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공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 처지에선 가입 연금이나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투자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현재 마련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구체적인 세부 이행 지침이 없어 실제 적용하는 데 혼란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생명
[최재원 기자 / 김효혜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