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증권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항공기 관련 금융에 간접 투자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 기업이 항공기 운용리스 사업에 직접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해외 인수·합병(M&A) 중개업자 및 항공기 리스 전문업체들과 손잡고 약 1000억원을 투입해 국내에 항공기 운용리스 회사인 '크리안자 에비에이션(Crianza Aviation)'을 설립했다.
크리안자 에비에이션은 지난주 구입을 마친 항공기 7대를 시작으로 본격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대부분 새 항공기인 이 7대는 인기 모델인 중대형 기종 '보잉 B777' '에어버스 A330'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싱가포르항공과 카타르항공은 이 항공기를 향후 10년 이상 운항하기로 한 상태다. 크리안자 에비에이션은 내년부터 항공기 추가 매입을 위한 자금 모집에 착수할 방침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기종을 저가에 사들여 신용등급이 높은 글로벌 우량 항공사에 임대하는 것을 구입 조건으로 내걸고, 2020년까지 보유 항공기를 20대 이상 늘리기로 목표를 정했다. 단순 리스 사업뿐만 아니라 보유 중인 항공기를 기초자산으로 설계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국내외 기관투자가에 선보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항공기 리스시장은 크게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나뉜다. 리스 회사가 항공사를 대신해 항공기를 취득한 뒤 이를 항공사에 임대해 수익을 낸다는 점은 같으나, 금융리스는 항공기의 실질 소유주가 항공사인 반면 운용리스는 리스회사가 전권을 가진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대한항공은 금융리스 비중이 크지만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 항공사들은 운용리스 비중이 훨씬 높다.
IMM인베스트먼트가 항공기 운용리스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 사업의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항공사들은 항공기 구입에 따른 재무 부담을 덜고, 항공기 가치가 하락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운용리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나 인도 등 인구가 많은 아시아 신흥국에서의 외국 여행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올해 연간 항공여객은 이미 1억명을 넘어섰다. 1948년 첫 민간 항공기가 취항한 지 68년 만이다.
마지황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일대 항공사들의 주문에 힘입어 주요 항공기 제조사의 수주 잔량이 크게 늘었다"며 "항공기 신규 수요는 계속 늘어 2035년에는 현재 2만대에서 4만2000대에 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저비용 항공사들이 운용리스를 선호하고 있어 현재 42%인 항공기 리스 비중도 5년 뒤엔 50%대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전 세계 항공기 금융시장 규모는 1220억달러(약 145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해외 금융회사들은 항공기 리스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웰스파고, 도이체방크, UBS, 노무라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 4곳은 글로벌 1위 항공기 운용리스회사 '에어캡(AerCap)'의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위 업체인 'BBAM'의 주요 주주이며,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2012년 자회사 'SMBC 에비에이션 캐피털'을 설립했다. 중국계인 중국은행(BOC) 에비에이션, 공상은행(ICBC) 리징, 중국개발은행(CDB) 리징컴퍼니와 일본계인 오릭스 에비에이션 등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항공기 관련 금융이 저금리의 대안 투자처로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