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 관광객 수는 소득 증가와 더불어 빠르게 성장해왔다. 2007년 4000만명 정도였던 출국자가 지난해에는 3배가 넘는 1억2000만명에 달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 숫자가 향후 10년 이내 2억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들의 해외 소비 지출 규모는 약 124조원(약 1045억달러). 2014년에 비해 16.7%나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중국인들의 홍콩 방문은 오히려 줄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들의 홍콩 입국은 전년 대비 2.5% 줄었고 이들이 홍콩에서 지출한 돈의 규모도 7.5% 감소했다. 특히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인 입국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줄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전체 홍콩 관광객의 소비지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13.6% 감소했다. 이에 따라 홍콩의 소매판매는 2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내수경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소매업체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매출 부진이 장기화할 전망이 나오면서 비용 삭감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고정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 인하 요구 또한 거세다.
중국 최대 보석 업체인 저우다푸,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 등은 평균 30% 이상의 임대료 인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패션 전문 업체인 포에버21이 떠난 자리에는 미국의 여성 속옷 전문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이 임대료를 50% 할인받아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말 홍콩의 대표적 화장품 유통기업 사사의 경영진을 만났다. 사이먼 궉 회장은 새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매장에서 최소 40~50%의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23개 매장에 대해 임대 계약을 갱신하면서 임대비용을 13.9% 절감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계약 갱신을 기다리는 81개 매장이 추가로 남아 있다고 하니 향후 추가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여력이 꽤 높은 편이다.
반면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경우 이런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 홍콩의 임대료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최소 2~3년간 유지되는 임대차 계약 덕에 잘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에 갱신된다면 향후 이들 기업의 이익은 빠르게 감소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금리도 부담이다. 현재 임대료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자 비용 상승분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임대수익은 낮아지고 비용은 올라가고 있는 만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도 하락 압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미국과 고정환율제로 연결돼 있어 홍콩 자체의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미국
[장희정 트러스톤싱가포르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