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는 김치찌개, 삼겹살 이렇게 쓰고 있고 음식점마다 어디가 비싼지 가격비교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진료비는 같은 주사에 대한 내용을 병원마다 다르게 이름을 적는다. 한 병원에서는 물리치료를 해주고 1만원 받았는데, 다른 병원은 똑같은 물리치료를 ‘특별치료’라고 적고 10만원을 달라해도 환자는 진료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국민권익위원회 민원내용)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인 비급여 진료비 관리체계 개선에 나섰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비급여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현행 의료법상 한계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22일 학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주도의 ‘비급여 현황조사’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질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그동안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수조원을 투입했으나 보장률(국민건강공단 부담률)이 정체되는 등 고민이 깊다. 실제 2005~2011년 정부는 총 4조411억원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투입했으나 급여 확대보다 비급여 증가가 더 빨라 당초 예상한 보장률(2011년 68.7%) 보다 낮은 수준(63.0%)에 머물렀다. 최근 5년간 보장률은 2010년 63.6%, 2011년 63.0%, 2012년 62.5%, 2013년 62.0%, 2014년 63.2%로 정체된 상황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체계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마련돼 시행됐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비급여 자료 제출 대상을 병원급으로 한정하고 공개항목도 32개로 협소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 항목은 지난해 기준 1만6680개에 달한다.
여전히 비급여 비율이 높은 의원급은 자료 제출 대상에서 빠졌다. 또 자료 제출에 대한 강제조항도 명확하지 않아 임의 비급여 삭제 등 축소 보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의료법상 비급여 현황조사를 위탁할 수 있는 기관에 의료단체를 포함해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해당사자인 의료인 단체에 관련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행정의 투명성, 객관성, 공정성 면에서 부적절 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급여 현황조사 위탁기관과 관련해서는 위탁 대상을 공공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과거 의료기관평가를 강제화한 제도가 시행된 지 불과 몇 년 후에 자율평가로 전환된 사실을 고려하면 이행강제 조항이 없는 복지부안은 유명무실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 중심의 강제평가였던 의료기관 평가제도가 2010년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참여가 바탕이 되는 인증 제도로 전환되면서 의료기관평가가 유명무실해졌다.
비급여 진료비 관리체계를 개선하려면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조사 대상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하는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해야
또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할 때 진료의 적정적 판단을 위해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한 총 진료비 청구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외에 의료기관별로 상이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수가와 코드 표준화 필요성 주장도 나온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