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재테크 ◆
해외 주식 매매차익에 따른 세금(22%)을 떼고도 수익률은 52%. 해당 기간 국내 코스피 수익률이 2.3%였던 점을 감안하니 웃음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2년차 중국 주식 '직구족'인 박 모씨(52)는 수익은커녕 손실이 불어나 울상이다. 작년 초 '중국의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상하이자화를 샀다가 주가가 47%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위안화 약세까지 겹쳐 해당 계좌는 반 토막이 났다.
2011년 이후 6년째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코스피시장을 떠나 해외로 나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6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예탁결제원 외화증권예탁결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날 현재 외화 주식 보관 잔량은 61억200만달러(약 7조3138억원)로 연말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 호전과 주가 상승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주식 거래대금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81억달러였던 해외 주식 거래대금(매수·매도 합산)은 지난달 21일까지 122억달러로 2년 새 50.6% 급증했다.
작년 말에는 141억7900만달러였다. 해외 주식거래의 90%는 개인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는 기관의 자기자산 운용 차원의 거래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미국은 4년 새(2012~2016년) 3배 이상 성장했다. 거래 상위 10곳 중 7곳이 정보기술(IT)과 반도체 관련 주식으로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주였다. 미국 주식에 투자가 몰린 것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보다 저평가됐다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술주가 많은 중국 선전증시의 내년 예상 주가수익배율(PER)은 50.4배로 같은 성격의 미국 나스닥(28.18배)에 비해 2배나 비싸다.
최근 침체된 중국 시장을 감안해 미국에 상장된 중국 IT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인 텐센트의 경우 홍콩과 미국에 동시 상장돼 있는데, 미국에서의 몸값(기업가치)이 더 낮아 투자 기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주가 차이를 고려하면 투자에 유리할 것 같지만 중국 IT기업은 대부분 고평가된 곳이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텐센트의 내년 실적 기준 PER는 39배로 삼성전자(11.3배), 미국 인텔(13배), 마이크론(14.6배)에 비해 주가 수준이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중국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해외 투자처라고 손꼽는다. 개별 종목별 정보가 다른 국가들과 대비해 비교적 풍부한 데다 재무 건전성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에 힘입어 중장기적인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상규 신한금융투자 PWM태평로 PB(프라이빗뱅커) 팀장은 "가령 중국의 경우 주식은 플러스(+) 수익을 냈는데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으로 최종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단순히 '주가가 오른다' '시장이 유망하다'는 관점에서 단타적인 습관은 위험하고, 최소 투자기간을 2~3년은 내다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간 거래대금 기준 3위 시장인 일본은 내년에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모건스탠리 등 월가는 달러화에 대한 엔화 약세가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일본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철강에서 자동차, 전자제품까지 일본 수출 종목 모두가 '엔저 효과'를 통해 내년에도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 채종원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