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부동산 시장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올해(2.5%)보다 하락한 2.3% 수준이 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둔화는 실질국민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빚낼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 실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년 국내 기준금리도 0.25~0.5%포인트 오르고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결국 가계부채 문제가 부동산시장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별로는 편차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서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보합 수준에 가까운 응답을 내놨다. 36%의 전문가가 내년 서울 주택 가격이 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 수준에서 안정(28%) 혹은 3% 내외 상승(28%)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지역은 여전히 서울이고, 그중에서도 강남지역"이라며 "최근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값이 조정받고 있지만 코엑스 한전 용지 개발 및 삼성동 주차장 지하화 등 개발 재료가 풍부해 서울 집값은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한익 노무라증권 리서치 실장은 "서울은 3% 내외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현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경기지역 집값에 대해서는 현 수준에서 안정되거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 수준에서 안정(42%), 3% 내외 하락(32%), 5% 내외 하락(20%) 순이었다. 소폭이라도 상승한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4%에 불과했다. 방송희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인천을 비롯해 경기도 전반은 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횡보하겠지만 내년 3분기 이후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화성·시흥·용인·김포·수원·평택에서는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대도시에 대해서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5% 내외 하락이 38%로 가장 많았고, 3% 내외 하락 응답은 34%를 차지했다.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도 6%나 됐다.
서울에서도 가장 유망한 지역은 역시 강남 4구가 34%로 가장 많은 선호를 받았다. 이른바 '강남 불패론'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이어 영등포·용산·여의도·성수 등 한강변 지역(18%), 중구·종로구 등 서울 도심지역(10%)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26%)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24%) 등 정부정책을 꼽았다. 지난달 정부가 청약투기를 억제하는 11·3 대책을 내놓은 이후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반 토막 나는 등 주택 투자 열기가 주춤해진 것을 볼 때 향후에도 부동산정책이 주택 투자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상승 가능성(22%)도 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여 주택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건설사들이 지난 3년간 '밀어내기식 분양'을 한 결과 내년 하반기 입주가 본격화된다는 점도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주택을 신규 또는 추가로 구입할 적기에 대해서는 2018년 이후가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2018년 하반기라는 의견이 30%, 2018년 상반기라는 의견이 26%였다.
하지만 당장 내년 상반기에 집을 사야 한다는 의견도 24%로 적지 않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시장은 주택 재고량, 노후화 정도를 감안하면 수요가 견조한 편이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집권으로 불확실성이 큰 것이 문제"라며 "내년 상반기면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기 때문에 이때가 주택시장 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
전문가들 중에서는 2년 내 집을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정적인 응답도 8%를 차지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가 어우러지면 분양시장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고 기존 실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을 미루게 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