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은 지난 주말 이라크 정부로부터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미수금 5억6000만달러(약 6800억원)를 모두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받은 미수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건설 현금 보유액(현금과 현금성 자산) 1972억원의 3배를 넘는다.
한화건설은 이번에 유동성을 대거 확보한 것을 계기로 차입금과 부채비율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기회를 맞았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비스마야 공사비 미수금' 등을 이유로 2015년 말 일제히 회사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한 지 1년여 만이다.
미수금이란 공사 진행에 따른 비용을 청구했음에도 받지 못한 돈으로, 공사를 했지만 계약 조건 등 때문에 아직 청구하지 않은 이른바 '미청구 공사금액'과 다르다. 금융업계에서는 한화건설의 현금 보유액이 대폭 늘어나고 차입금이 줄어들면서 유동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공사이행보증 지원 속에 발주처인 이라크 정부가 국영은행에 정부대출을 받아 거액의 미수금을 지급할 정도로 신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라크 내전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가 재건 사업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추가 공사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수금은 이라크 정부가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 일부를 담보로 이라크 국영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지급한 것이다.
비스마야 개발 공사는 한국 건설사가 단일 수주한 프로젝트로는 해외 건설 사상 최대 규모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져 있으며 여의도 6배 면적(1830만㎡)에 10만가구의 집과 300여 곳의 학교·병원·공공시설을 들여 신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만 12조원(약 101억달러)에 달한다. 한화건설이 2012년 수주한 이후 공사는 30% 정도 진행됐고, 최근 5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2년 1차 수주와 2015년 2차 수주 당시 직접 진두지휘했고, 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수차례 방문하며 현지 정부와 신뢰를 쌓았다.
연말연시 건설업계에서는 해외 각국에서의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건설업계의 해외 사업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권오훈 해외건설협회 팀장은 "최근 2~3년 새 중동 리스크를 겪은 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 등 시장 다변화에 나선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차원에서 정부가 올해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들고나왔다.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통하던 중동에서는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한동안 급감했던 '오일머니'가 국내 건설시장으로 흘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에는 해외 건설 수주가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
김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추진에 따른 유가 안정화로 중동 국가에서 지연·취소됐던 발주가 예상되는 데다 새롭게 철도·도로·항만 전력 부문의 인프라 공사 발주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