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국내 최초로 임원진이 경영 관련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바로바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빅데이터 워룸(war room)'을 만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가속화한 은행 간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870여 곳의 점포와 2400만명에 달하는 고객 정보를 총망라해 보여주는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본격적인 빅데이터 기반 경영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 1분기 중 서울 중구 본점에 군대 지휘관들의 전시 작전상황실처럼 지역별 점포 실적과 고객 현황 등 경영 관련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대형 모니터에 띄워 임원진이 경영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회의실인 'D3(Data Driven Decision·데이터 기반 결정) 상황실'을 설치한다.
기존에 일간 혹은 월 단위로 취합해 임원진에게 보고했던 경영 관련 정보를 5~10분 단위 실시간으로 취합한 뒤 이를 각종 그래프와 지도 이미지 등으로 시각화한 빅데이터가 이곳으로 공급된다. 이처럼 어느 누구나 한눈에 핵심 정보를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각화한 빅데이터를 상황실에 설치된 여러 개의 스크린에 띄우면 행장과 부행장 등 주요 임원진이 이를 토대로 발 빠르게 경영전략을 세워 현장에 전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빅데이터는 개별 점포, 지역 단위별 상품 판매 실적부터 고객 관련 정보를 총망라한다.
단순히 실적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 관련 정보를 대폭 강화해 각 점포에 들르는 고객 수와 대기시간을 시간대, 요일·날씨별로 파악한 후 특히 많이 붐비는 점포는 같은 시간대에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은 영업점에서 해당 점포로 지원 인력을 보내는 등의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단골 고객에게는 'A점포는 ○요일 ○시간대가 붐비니 인근 B점포를 이용해 달라'고 공지해 방문 날짜를 분산할 수 있다.
많은 자산을 은행에 맡길 가능성이 높은 예비 VIP 고객을 발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전체 고객 중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매매가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 투자 여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고객 빅데이터를 분류해 어느 점포 부근에 이들 고객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지를 지도상에 표시하면 해당 점포의 VIP 유치 마케팅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통장에 찍히는 '적요(자세한 입출금 내용)'란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분석해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전자제품 렌탈'이 많이 나온 것으로 집계되면 렌탈비 일부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마케팅에 나서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빅데이터 워룸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가 운영하는 데이터 시각화 회의실인 '비즈니스 스피어(business sphere)'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본사뿐만 아니라 현지법인이 있는 50여 개국에 설치된 이 시설은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에 전 세계 80여 곳 사업장, 40억명의 소비자로부터 취합한 시장 관련 지표와 경쟁사 상황 등을 빅데이터로 가공해 실시간으로 띄운다. 이곳에서 그룹 핵심 경영진은 매주 경영회의를 열어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P&G 신제품 출시
신한은행도 상황실 설치를 통해 이와 비슷한 업무 혁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고서 작성 시간이 30일에서 5일로, 업무보고 시간은 1시간에서 10분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