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부산 시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2일 아침 7시경 부산시 화명동 왕복 6차선 도로 옆 인도에 매설된 지름 400mm짜리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이 사고로 인근 4700여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가 6시간 만에 재개됐다. 같은 날 새벽 0시 무렵에는 1.9km가량 떨어진 부산 금곡동 부산지방조달청 앞 600mm짜리 대형 상수도관이 파열돼 6700여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파열된 수도관은 각각 1987년, 1995년에 매설된 노후 시설이다.
노후화한 인프라스트럭처가 대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비는 부실하기 그지없다.
신년초 부산지역의 잇단 상수도관 파열은 2020년이후 우려되는 노후인프라 대란의 예고탄에 불과하다.
압축 성장기였던 1970~1990년대에 지어진 도로·철도망, 저수지, 상·하수도관 등의 노후인프라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유지·보수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일 한국시설안전공단은 2015년 기준 국내 1·2종 시설물 중 사용연수가 30년이 넘는 시설은 4.0%였으나 2030년 36.9%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30년 사용연수 30년 이상인 노후시설은 2만6209개로 2015년(2862개)의 무려 9.2배 규모다. 1·2종 시설물이란 댐, 교량 등 중대형 구조물 중 국가관리대상 시설을 뜻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주요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하수관로의 48.4%가 지은지 30년이 넘었고 50년 넘은 하수관도 30.5%에 달한다. 2024년에는 30년이상 노후 하수관 비중이 70%에 달할 전망이다. 도로함몰 사고의 81%도 노후 하수관이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정부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은 지난해부터 5년간 평균 6% 이상 감소할 예정이다. 올해만 21조8000억원에 달하는 SOC 예산은 2020년 18조5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SOC 유지·보수 예산은 더 부족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우리나라 장기 재정전망을 근거로 교통인프라 유지·보수 예산을 예측한 결과 2016~2019년에는 필요경비 부족금액이 매년 2000억~5000억원 수준이지만 2020년 1조원으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4조원까지 급증한다. GDP대비 교통 SOC의 유지보수 비용을 선진국들은 0.3%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0.26%로 낮은 편이다. 그런데 2030년에는 0.2%까지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30년 이상된 노후시설 급증에 대비해 체계적인 인프라 관리 대책과 관련 예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연말 '시설물 안전관리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투자가 지연되면 앞으로
박영석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신규 SOC 투자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밟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며 "정부가 추경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빠른 집행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는 SOC 유지보수 비용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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