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탄은 카드업계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가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거나 도입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하나카드는 2일부터 시행하려던 임금체제 개편안을 전면 보류했다. 하나카드는 조직 내 임금체계를 개별 성과급제로 통일하고 전체 연봉에서 성과급 비중을 확대하는 안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나카드 측이 개별 성과급제 전면 도입 움직임을 보이자 하나카드 노조 지부는 이사회를 앞둔 지난달 25일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회사는 지부가 반발하자 같은 달 28일 열린 이사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노사는 조만간 시작하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개별 성과급제 도입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TF에서 대부분의 안건에 대한 의견 조율이 이뤄졌지만 성과급제에 대한 부분에 다소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 측과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국민카드도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안을 무기한 연기했다. KB국민카드는 2012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실시해 왔다. 영업점별 실적을 5등급으로 분류해 연봉의 5% 정도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다만 연 600%의 상여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부분은 차등 지급 비중을 연봉의 5%에서 30%로 확대하고, 이를 상여금에도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민간 금융회사 성과연봉제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 금융공기업은 올해부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개인 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내년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하지만 실제로 내년부터 성과연봉제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 9곳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이래 공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준비해왔다. 같은 해 7월 은행연합회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에 "2018년으로 본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을 유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정석우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