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1·2차 통합 재건축 방안을 포함한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에 대해 최근 서울시에 반대 의견을 제출한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 전경. [이윤식 기자] |
서울시가 미성1차만의 단독 재건축을 허용해줄 경우 35층 층수 제한 방침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 주목된다.
11일 미성1차 입주자대표회의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상 통합 재건축을 하게 돼 있는 미성2차와 분리해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서울시 공동주택과는 이 같은 민원에 대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시 관련 내용 등을 보고하는 절차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미성1차는 1982년 입주해 준공 35년이 지나 재건축 요건을 채워 안전진단까지 받아 기본 채비를 다 마쳤다. 그러나 미성2차는 1987년 12월에 입주를 시작해 재건축 연한을 채우지 못했다.
미성1차 주민들 입장에선 미성2차로 인해 재건축이 지연되면 재건축 공공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뿐더러 한정 없이 기한이 늘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미성1차는 322가구에 불과해 910가구인 2차에 비해 적지만, 주택 전용면적이 91~193㎡로 미성2차보다 커 대지 지분이 더 많다는 점도 재건축을 서두르는 한 원인이다. 단지가 작은 1차가 2차와 통합 재건축을 하면 대지 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용우 미성1차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35층 초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현재 3개 동인 아파트를 4개 동까지 늘려 짓고, 35층까지만 지어도 수익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성1차 단독 재건축을 허용해준다면 주민들에게 35층까지만 짓는 안을 묻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성1차 관계자도 "미성1차에 거주하는 소유주 212가구 중 190가구가 미성1차 단독 재건축에 찬성했다"면서 "서울시가 단독 재건축을 허용만 해준다면 미성1차는 압구정 재건축 시범단지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50층 벽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압구정 재건축에서 미성1차가 35층을 받아들인다면 서울시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미성1차가 단독 재건축을 하려면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미성1차와 2차는 서울시가 작년 10월 발표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결정'에 의거해 하나의 블록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은 계속 수정·보완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1차와 2차를 떼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면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가능하다"면서 "충분한 논리를 가지고 오면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이를 바탕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미성아파트에 대해 분리 재건축을 허용해 블록을 다시 나눠주면 한양아파트의 반발이 예상돼 쉽지 않다. 한양아파트는 총 6개에 달하는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의 블록 중 3개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양8차는 다수 주민이 단독 재건축 추진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양8차는 총 90가구에 불과하지만 전 가구가 전용 135㎡를 초과한다. 한양8차 관계자는 "한양8차는 가구당 지분 면적이 넓은 데다 한강 바로 옆이라 입지도
강남구 관계자는 "미성이나 한양 등 이해관계가 다르고 얽힌 부분이 많은 지구단위계획은 일부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