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다시 예금으로 쏠리며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외 경기상황이 불확실해 지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고객들의 투자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은 568조9000억원으로 1년만에 19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은행과 중앙정부, 국내에 살고 있지 않은 비거주자의 예금은 제외한 액수다. 1년간 늘어난 증가금액만 따지면 지난 2012년 20조4000억원 이후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속됐던 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 하락세도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2조4000억원 줄었던 예금잔액은 이듬해 13조2000억원 늘었지만, 2015년에는 다시 8조2000억원 감소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전년 감소폭보다 배 이상 많은 20조원 가까운 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정기예금은 가계나 기업이 일정 기간 은행에 돈을 넣어둔 뒤 이자를 받기로 약정하는 저축성 예금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내리며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가 반년간 유지되면서 지난해 11월 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사상 최저인 1.49%(신규취급액 기준)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을 찾는 수요는 오히려 예년보다 더 몰린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불확실한 시장상황에서 고수익 보다는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전통적인 금융상품인 정기예금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예대율 관리에 나선 것도 정기예금 잔액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대율은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 비율을 말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자산 건선성 관리를 위해 예대율을 10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예대율 관리에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보다 1년 혹은 2년 등 정해진 기간만큼 금액이 묶여있는 정기예금이 더 유리하다. 지난 2015년 4분기 기준으로 예대율이 98%까지 치솟자 은행들이 이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 정기예금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은행에서 취급하는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연 2.0% 미만인 상품은 99.6%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1억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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