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의 미래는…7년이상 재임한 '한 우물' 증권사 CEO 3인 대담
↑ 국내 증권업계의 대표적 장수 CEO인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0일 매일경제신문 본사에 모여 증권업계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재훈 기자] |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0일 한 증권사에서 7년 이상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세 명의 증권사 대표들과 함께 증권업의 미래를 점쳐봤다. 김명수 매경 증권부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담에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증권업은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성장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산업계 전반에 4차 산업혁명 파고가 거센데 증권업은 어떤가.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비대면 계좌가 급증하는 걸 보면 이미 증권업계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키움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됐지만, 벌써 전체의 70%에 달하고 있다. 그만큼 금융소비자들이 원한다는 의미다. 로보어드바이저도 고무적이다. 수익률은 연환산 보수 차감 후 8~10%까지 보고 있다. 이제는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이 우리를 보고 놀랄 정도다.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 증권업의 글로벌 가능성은 상당하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기존의 금융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IT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리서치 인력도 대거 갖추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나오면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경쟁의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여전히 규제가 상당하다. 이 부분을 빨리 풀어줘야 한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4차 산업혁명을 투자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오히려 투자 대상이 늘어난다는 점, 혹은 투자 대상을 키워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투자위험도 매우 크다. 이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DNA를 가진 업종이 바로 IB이다. 하지만 그간 IB에 규제가 많았다. 금융 특히 IB가 실물경제의 선순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게끔 규제를 완화해줘야 금융업에 새로운 일자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이란 게 정말 다양하다. 한국 자본시장의 먹거리로 키울 수 있는 분야는 어딘가.
▷최 부회장=IB 분야의 성장성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IB는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일 외에도 지배구조 개선 업무를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지난 50~60년간 압축 성장을 했다. 하지만 창업자 세대가 2~3대로 이어지면서 기업가정신은 약해졌다. 새로운 경영환경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해법을 제공해주는 곳이 바로 IB다. 여기서 따라오는 게 인수금융이나 기업금융, 인수·합병(M&A) 자문, 유동화증권 등 업무다. 이미 좋은 인재들이 IB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 이제는 IB가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유 사장=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자산운용업이다. 증권사는 규모가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는 다르다. 실력만 좋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돈을 맡긴다. 그런 면에서 실력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우리나라에서도 생길 수 있다.
▷권 사장=중개업도 중요하다. 위탁매매의 강점은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술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발전된 IT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우수한 인력을 갖고 있다. IB나 자산운용은 어떻게 보면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플랫폼 기술은 어떠한 부분보다 글로벌 진출이 쉽다. 우리나라는 이 부분을 키워나가야 한다.
―증권사가 해외 진출을 10년 이상 해왔는데 성과는 부진한 것 같다. 우리나라 IB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은 있나.
▷최 부회장=글로벌 IB가 되기 위해서는 트레이딩의 역할이 중요하다. 트레이딩이라는 것은 전 세계 모든 자산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매칭해주는 것이다. 해외 상품을 소싱해서 구조화하고, 이를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이 IB의 역할이다. 저성장인데 어떻게 이익이 나느냐고 한다. 밖에서 돈을 벌면 된다. IB를 성장산업으로 보고 글로벌 마켓을 무대로 삼으면 우리 IB들이 할 일이 많다. 제조업 성장 없이는 금융업의 미래도 없다고 하는데, 이제는 우리가 제 역할을 해서 제조업의 기운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유 사장=증권사의 글로벌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우리보다 규모가 크고, 실력도 좋은 미국이나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둘째, 우리보다 규모도
[정리 = 한예경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