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주자 모집공고에 들어간 강남 장기전세주택 물량 중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가 64가구 공급에 50가구만 신청해 미달됐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20% 저렴한 전세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다.
특히 장기전세주택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싸게 장기 거주할 수 있는 '로또 전세'로 알려지면서 전문 브로커까지 동원돼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청약 자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전세금 때문에 강남권에서는 세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2~3년간 강남 재건축 물량과 함께 장기전세주택도 추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의 대규모 미달 사태도 우려된다.
이번에 장기전세주택 모집에서 미달이 발생한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잠원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한 최고 35층 총 7개동 843가구 단지다. 3호선 잠원역에 위치한 인기 역세권 아파트로 일반분양 물량 126가구는 2013년 분양 당시 25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해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15억원에 거래됐고 같은 평형의 전세금은 8억5000만~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단지 장기전세주택 물량 81가구 중 64가구가 지금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관계자들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신청 자격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근 송학부동산 관계자는 "반포·잠원 지역 새 아파트 전세에 비하면 비싼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도 "장기전세주택 요건에 맞추면서 이 돈을 내고 살 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미입주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래미안신반포팰리스의 장기전세주택 물량은 지난해 4월에 이어 11월 입주자 모집에도 미달이 발생해 다음 공모가 예상되는 올 4월까지 최소 14가구가 1년 가까이 빈집으로 방치될 운명이다. 한 채에 10억원만 잡아도 이 단지에서만 15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공실로 비어 있게 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모집공고에 나선 장기전세주택 1772가구 중 한 차례 이상 미계약된 물량은 강남권에서만 112가구에 달해 시가 1000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가 미입주 상태로 남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입주 물량에 대한 관리비도 고스란히 서울주택도시공사의 몫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돈 들여서 확보한 장기전세주택을 공실로 비워 놓으면 손해"라면서 "1·2차 모집에서 입주자를 모집하지 못했으면 반포 잠원 지역 특성을 감안해 입주자 재산 조건을 완화하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역삼동 역삼자이도 2015년 11월, 2016년 4월에 이어 삼수 끝에 지난해 11월 모집에서 순위 내 청약 마감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지난해 4월 모집 후 재모집해 11월 모집에는 29가구 공급에 34명이 신청해 겨우 미달을 모면했다.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순위 내 청약 마감했지만 계약 포기나 부적격자가 나올 수 있어 오는 3월 실제 계약 이후 미달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남 재건축 물량 중 올해 4월에는 서초삼호1차를 재건축한 서초푸르지오써밋(63가구), 10월에는 서초 우성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서초에스티지S(91가구)가 기존 미계약분과 함께 장기전세주택으로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장기전세주택 운용이 다소 버겁다는 표정이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공사 관계자는 "신청 자격을 완화하는 등 서울시와 함께 장기전세주택 제도 개선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