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문턱을 크게 낮추기로 했다. 현재는 상장 직전년도 기업 이익이 30억원 이상이고 매출 또한 1000억원을 넘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한 해 이익이 20억원이 넘으면 상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상장 규정이 이처럼 개정될 경우 국내 유가시장 상장 요건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수준으로 완화된다. 현재 NYSE의 경우 이익 기준은 IPO 직전 2개년도 이익이 200만 달러(약 23억5000만원) 이상이면 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이같은 요건을 골자로 하는 코스피 상장 요건 개선안을 마련해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상장 직전 이익 기준을 NYSE 수준으로 낮추고 이익 기준을 만족시키면 매출 요건은 검토대상에서 제외해주는 식으로 재무기준이 완화된다.
현행 코스피 상장 요건은 이같은 매출·수익성·시가총액 요건을 담은 재무기준을 비롯해, 일반 주주 700명 이상을 포함하는 각종 주식분산 기준과 '적정의견'을 담아야 하는 감사보고서 제출을 모두 충족해야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재무요건 중 일정 수준 이익과 매출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상장 요건은 미국 보다 강하다"며 "기업들이 실적이 가장 좋을 때 상장하고 그 이후에는 실적이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속출해서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거래소 신규 상장사 5곳중 1곳은 상장 이듬해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상장사들이 엄격한 상장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장 직전 실적을 억지로 좋게 만들어 결국 투자자들의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거래소는 금융위와 협의를 통해 빠르면 오는 3월 까지 상장 요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코스피 상장 요건이 완화되는 것은 지난
거래소는 작년 10월엔 코스닥 시장에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일명 '테슬라 요건'을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이번에 코스피 상장 요건까지 낮아지면 올해 IPO 시장 규모가 2010년 기록(10조1000억원)을 뛰어넘는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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