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 혼란기를 틈타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의 상법 개정안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대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지면서 자칫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반(反)기업 정서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편승해 정치권이 대주주 경영권 제한을 목적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바닥으로 추락한 우리 기업들의 기업가 정신이 더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22일 국회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20대 국회에는 23건의 상법개정안이 계류 중이고, 이 가운데 11건이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법 개정안 내용으로는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상법 개정안들 가운데 재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는 사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시행되면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여기에다 1주1표의 원칙에 따라 개별 이사를 뽑는 게 아니라 1주에 대해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까지 더해지면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 이사회 장악이 용이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법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안이 실제로 입법화될 경우 경영권 분쟁이 잦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에 쏟아지는 상법개정안들은 소액 주주의 권익 보호라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투기자본만 배를 불리고 언제든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악법"이라며 "개정안대로 입법되면 국내 상장사 대부분이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분쟁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인 주가 차익을 추구하는 일반 주주들과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경영진과는 목표에 뚜렷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원칙을 그대로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포퓰리즘에 편승해 상법개정안이 이대로 도입되면 기업가정신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18일 국회에서 이창재 법무부 차관도 "투기자본에 대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주장과 보호무역주의 분위기 확산,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효율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이 될 수 있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도 상법개정안과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한 상법개정안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법안심사 1소위에 상정된 상법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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