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질병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해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법정에 선 아내에게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남편의 질병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해 보험 사기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전재혁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55·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98년 7월 본인을 수익자와 계약자로,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합건강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A씨와 남편은 청약서상 '계약 전 고지의무사항'의 주피보험자의 상태에 관한 질문 중 '현재 의사로부터 검사 또는 치료를 받고 있습니까', '최근 5년 이내 치료·복약·입원을 한 적 있습니까'를 묻는 항목에 '없다'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사실 피보험자인 남편은 고혈압과 뇌경색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보험 가입 직전인 그해 5월 병원에 입원하는 등 13차례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후 A씨는 남편에 대한 고혈압·뇌졸중 진단비 명목으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2014년까지 20회에 걸쳐 총 3억1700만원을 받았다. 남편은 2014년 사망했다.
경찰은 2014년 보험 사기를 의심해 수사에 나섰고, 검찰은 A씨가 보험금을 타내려는 목적으로 남편의 질병을 고의로 숨기고 보험에 가입했다며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A씨는 보험 계약이 워낙 오래된 일이라 고지의무사항에 '없다'로 체크한 것이 보험설계사인지 본인인지 기억이 나지 않고, 당시에는 남편이 단순 과로 때문
재판부는 "A씨가 보험청약 당시 남편의 질병을 알면서 고의로 '질병이 없다'라고 기재한 것으로 강한 의심이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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