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층 덫에 걸린 강남권 재건축
↑ 서울시 도계위에서 정비계획안이 보류된 잠실주공5단지. [매경DB] |
서울시 방침에 순응해 35층을 받아들인 반포는 정비계획안이 속속 통과되며 속도를 내고 있고, 그렇지 않은 잠실과 압구정은 답보 상태다.
반포주공1단지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합쳐서 8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한강변 단지이지만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수권소위원회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됐으나 과거 서울시가 '광역중심지구'로서의 기능을 인정한 만큼 기대감을 모았던 잠실주공5단지는 첫 상정에서 보류 처리를 받아 소위원회로 보내졌다.
결국 법에서는 지자체가 도시계획을 만들 때 탄력적으로 대응토록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아랑곳하지 않는 셈이다. 50층을 원하는 재건축 아파트들이 단순히 개발 차익을 노리기보다 지역과 환경에 적합한 개발안을 내놓더라도 '35층 규제'는 요지부동이다.
일례로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조합은 롯데월드타워가 있는 대로변 4개의 동뿐 아니라 제3종 주거지역에 있는 동에 대해서도 일부 50층을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역 사거리가 광역지역이라 이곳과 가까운 곳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50층까지 지을 수 있다는 조합 측의 주장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2년여 전 도계위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은 부분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조합 측이 이 4개 동에 대해선 50층을 양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4개 동 외에 한강변과 안쪽에 위치한 동에 대해선 서울시의 35층 규제에 맞춰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 밖에도 이 단지가 워낙에 크다보니 교통 문제와 주차장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충분히 계획안에 담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기부채납 비율을 높게 하는 대신 임대주택을 아예 넣지 않겠다고 한 것도 서울시와 도계위원들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조합은 용적률 315%로 6483가구를 짓겠다는 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 중 소형임대주택은 없다.
층수의 덫에 걸린 것은 한강변 아파트만이 아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역 랜드마크가 될 50층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면서 발이 묶여 있다. 1979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현재도 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14층짜리 아파트 28개 동이 성냥갑처럼 늘어서 있다. 이 때문에 주차장 확보도 제대로 안 돼 몸살을 앓고 있고, 동 간격이 좁아 프라이버시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유주들은 재건축 때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용적률은 법에서 정한 한도에 맞추되 50층까지 층수를 올리고 대신 동 수를 줄여 아파트 간 간격을 확보하고 디자인에도 신경 쓰겠다는 것이 은마아파트 추진위 측의 바람이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50층으로 올린다고 해서 35층으로 지을 때보다 가구 수가 많아지는것도 아니다. 집주인들의 욕심으로 몰아붙이는 건 맞지 않는다"면서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재건축을 한다면 동 간격도 넓히고, '교육1번지' 명성에 걸맞은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로 하는 게 낫다고 본 것
압구정 역시 35층 문제로 추진위조차 설립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특히 구현대와 신현대의 경우 은마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가까운 동 간격과 주차장 부족 문제가 있어 재건축 시에는 동 수를 줄이고 높게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