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층 덫에 걸린 강남권 재건축
왜 하필 '35층'일까.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에 특별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2030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35층 이하 높이로 건설하라는 원칙을 정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내부에서 전문가들 자문을 구해 주거지역은 35층이 적정하다고 정책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논리적인 근거보다 합의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35층 층수 규제가 담긴 2014년 '스카이라인 관리원칙'을 만들 때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시민의 생각이 35층 규제에 담겼다는 것이다.
특히 남산, 관악산 등 서울의 자연환경을 가린다는 경관 훼손을 우려해 35층이라는 숫자를 적정 기준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관악산이나 현충원 등에 인접해 있어 과도한 높이가 시민들이 지역 경관을 공유할 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관의 사유화' 등 논란도 제기된다.
그러나 35층 층수 제한에 비판적인 이석주 시의원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만든 층수 제한"이라면서 "'이 정도면 시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높이'라서 35층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판론자들은 과학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경관 보호를 위해 50층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높이를 올리는 대신 동 간격을 넓힘으로써 오히려 시야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용적률을 근거로 층수 제한 폐지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어차피 용적률 제한이 있기 때문에 층수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층수 제한 자체는 '2030 서울 도시기본계획'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원순 시장의 등장으로 층수 제한이 생긴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2003년 당시 한강변 지역에 20층 이하 높이 제한도 검토했다. 다만 박 시장이 2011년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도시재생'과 대규모 개발보다 인문학적 접근을 지향하는 철학이 도시계획 기조에 담겼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모든 지역에 다 똑같은 층수를 적용하는 곳은 없다"며 "과학기술 발전을 활용해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높은 건물을 지으면 한강변 조망에 방해가 된다고 하는 의견이 있는데, 오히려 35층으로 다닥다닥 붙여 짓는 게 더 경관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정형 중앙대
다만 서울시가 35층 높이 제한을 풀어줄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 의지에 따라 35층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며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