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5조원 규모까지 불어났던 롱숏 ELB는 불과 1년 만에 잔액이 1조원 미만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당시 각각 5000억원 규모의 롱숏 ELB를 굴리면서 시장을 주도했던 그로쓰힐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은 현재 잔액이 두 곳 모두 각각 1000억원 미만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 자문사들은 지난해 나란히 전문사모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전환해 현재 헤지펀드 운용에 전념하고 있다.
롱숏ELB는 만기 2년 상품으로 투자 원금을 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최소한의 수익을 확보하고 해당 범위 안에서 롱숏 투자로 초과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이 롱숏 ELB의 복잡한 상품구조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우려해 2015년 8월부터 투자 대상을 전문투자자로 좁히면서 1차적으로 투자 수요 측면에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지난해 대형주 강세, 중소형주 약세 국면에서 롱숏 ELB 대부분이 수익을 내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국내에서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자문사나 운용사 상당수는 지수(코스피200)나 대형주를 공매도하고 중소형주를 매수하는 전략을 주로 펼쳐왔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롱숏 ELB가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운용사들이 롱숏 플레이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대 초반까지 내려온 저금리도 구조적으로 롱숏 ELB 상품을 운용하기 힘든 상황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2.5%일 때는 만기 2년 동안 수익률 5%를 깔고갈 수 있었던 반면 기준금리 1.25%에서는 2년이라도 해봐야 기본 수익률이 2.5%밖에 안 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비용이 평균 3% 이상인데 저금리 상황에서 롱숏 ELB를 굴리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롱숏 ELB가 급격히 줄면서 연 4~7%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파생결합상품 시장의 주도권은 1년 안에 조기상환 확률을 높인 리자드(도마뱀)형 ELS로 옮겨간 양상이다. 도마뱀 ELS가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끈 것은 브렉시트, 미국 대선 등 글로벌 변수가 큰 상황에서 기초 지수가 40% 이상 폭락하지 않으면 6개월~1년 만에 2~3% 수준의 확정 수익을 얻고 상환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ELS 누적 발행액은 8개월 만에 각각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만에
서혁준 NH투자증권 Equity솔루션부 부장은 "최근과 같이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하락 방어력과 유동성을 높일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1년 이내 상환 가능성을 높인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