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 대비 자금인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노후 대책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지난해 은행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4대 금융권과 근로복지공단의 퇴직연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확정급여(DB)형 및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각각 1.68%와 1.44%로 집계됐다. 2015년 DB형 수익률은 2.16%, DC형은 2.21%였다. 1년 사이에 DB형 수익률은 평균 0.48%포인트, DC형 수익률은 0.77%포인트 각각 낮아진 것이다.
민주영 KEB하나은행 연금사업부 차장은 "퇴직연금은 보통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하는데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수익률이 함께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DC형은 상대적으로 주식형 또는 채권형 펀드 비중이 높아 지난해 성과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현재 각 금융협회에 공시된 수익률은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금융사에 줘야 할 수수료를 차감하기 이전 수익률이다. 증권사 DC형 퇴직연금은 평균 수익률이 0.61%에 불과해 0.5%의 운용관리 수수료를 떼고 나면 근로자 입장에서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소장은 "공시된 퇴직연금 수익률이 1.5%라고 해도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면 가입자 입장에서 실제 수익률은 불과 1%로 예금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수익률 하락은 근로자는 물론 기업 자금 운용에도 타격을 준다. 특히 DB형의 경우 기업은 운용수익이 적어도 매년 임금상승률(퇴직 전 3년 평균)에 연동해 퇴직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수익률이 낮으면 차기 연도 적립금 마련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
염문걸 한국투자증권 연금사업본부장은 "임금상승률이 3%인 기업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1.5%였다면 해당 기업은 연말에 추가 적립해야 할 3% 가운데 운용수익으로 벌지 못한 차이(1.5%포인트)만큼을 부담해야 한다"며 "저금리 국면에서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DC형에 가입한 근로자들은 수익률이 낮을 경우 연금 수익을 크게 늘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한편 금융업권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손해보험업권으로 나타났다. DB형 수익률은 손보 1.98%에 이어 증권사(1.89%), 생명보험사(1.82%), 은행(1.43%) 등 순으로 집계됐다. DC형 수익률은 손보 2.08%에 이어 은행(1.59%), 생보(1.51%), 증권(0.61%) 등 순이었다. DB형은 가장 높은 손보사와 가장 낮은 은행의 평균 수익률 차이가 0.55%포인트, DC형은 손보사와 증권사의 차이가 1.47%포인트였다.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47조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말 126조원에 비해 16.7%(21조원) 늘어난 것이다.
연금 사업자별로는 은행권 적립금이 73조2613억원으로 전체에서 50%를 차지했다.
■ <용어 설명>
▷ 확정급여·확정기여 :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Defined B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