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 마무리되는 오는 3~4월께 공고를 내고 국내 PEF와 벤처캐피털(VC)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출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블라인드 PEF(투자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은 PEF) 부문에서 대형 펀드 두 곳과 중형 펀드 두 곳 등에 총 7000억원을 출자했다.
IB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전주 이전과 삼성물산 합병 사태 등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PEF를 비롯한 대체투자 부문에서의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까지 2년에 한 번꼴로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를 선정해오다 지난해부터 매년 출자하는 것으로 내부 규정을 손봤다. 다만 IMM PE, 스카이레이크 등 국내 대형 운용사들이 지난해 펀드 결성을 마무리한 만큼 선정 시기나 출자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시장의 또 다른 큰손인 KDB산업은행은 다음달 PEF 출자 계획을 공고하고 위탁운용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5월 공고를 냈던 것보다 시기를 앞당겼다. 규모는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PEF 위탁운용사 선정에 5900억원을 출자했다. 특히 올해는 주요 PEF 간 자금 확보 경쟁보다는 오히려 투자 실적이 우수한 운용사를 끌어오기 위한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 간 물밑 경쟁이 주목된다.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의 자금 운용 성격 등이 달라 한쪽 자금을 유치한 곳은 나머지 한쪽의 자금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펀드의 앵커(주축) 투자자로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 예상된다.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인 PEF 관계자는 "올해는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의 위탁운용사 선정 시기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느 곳에 좀 더 집중할지 전략적 판단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나머지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기관에 자금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PEF 출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 기관은 올해 출자 계획이 없거나 유동적인 상태여서 국내 큰손들의 PEF 출자 규모는 지난해 1조5000억원 수준에서 20~3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군인공제회만
교직원공제회는 아직까지 올해 PEF 출자 계획이 없다. 반면 과학기술인공제회는 하반기 중 약 6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PEF 운용사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