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활황 덕분에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났고 대출 금리 인상과 대손충당금 부담 감소, 영업지점과 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 조치가 순이익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은행 편중 현상이 더 심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기보다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총 7조5249억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6조344억원)보다 24.7% 증가한 수치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8조8515억원)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작년 말 이후 금융당국의 대출 쪼이기로 가계대출이 주춤하고 있지만, 국내외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빅4' 은행주들이 국내 증시에서 상승랠리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형 은행들이 좋은 실적을 올린 가장 큰 비결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계속된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그 결과 저금리에도 이자수익이 확대된 것이 실적 호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신한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63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8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은행 전체 가계대출(93조6280억원)의 67.5%를 차지한다.
KEB하나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15년 59조1964억원에서 지난해 66조9389억원으로 13% 증가했다.
이 은행 전체 원화대출이 같은 기간 170조원에서 176조원으로 늘어났는데 대출 증가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인 셈이다. 우리은행도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조6738억원 늘어 1년 새 증가율이 10.5%에 달했다. 이들 4대 은행은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모두 하락했지만 전체 대출 규모 자체가 커진 덕분에 이자수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4조5041억원으로 전년보다 8.1%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원화대출금 오름폭(4.4%)의 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도 4조8289억원을 거두며 전년보다 2.5%,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3%와 4.4%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장 낮았던 7월 2.76% 대비 가장 높았던 12월 3.30%로 0.5%포인트 이상 올랐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순이자마진이 정체된 상황에서 은행 이익 증가는 일시적인 부동산시장 활황에 따른 은행자산의 양적 성장만을 의미한다"면서 "금융그룹들이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률, 가격변수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인력 감축과 지점 축소로 허리띠 조이기에 나선 것도 실적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인력과 지점 수를 줄이고 있다. 판매관리비는 전년 대비 11.9% 증가한 4조2690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증가세(13.0%)보다는 주춤했다. 조선·해양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금융사들의 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것도 실적 호조를 견인한 요소다. KB금융의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은 5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같은 기간 21.4% 줄어든 9021억원, 우리은행은 13.7% 떨어진 834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견고한 이자수익 덕분에 4대 금융그룹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김태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