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조경전문가 아드리안 회저 여수~통영 동행취재
↑ 아드리안 회저 웨스트에이트 대표가 4일 남해군 남면 다랭이마을을 가리키며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정순우 기자] |
네덜란드 출신인 회저 대표는 미국 뉴욕 거버너스 아일랜드, 스페인 마드리드 리오 등 랜드마크 공원을 다수 설계했고 용산 국가공원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매일경제는 남해안 가치를 재조명하고 개발방안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회저 대표와 국내 전문가들의 기행에 동행했다. 정영선 서안조경 대표와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이동원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소장 등이 함께했다.
남해 기행은 여수엑스포 해양공원 투어에서 시작됐다. 2012년 국제적인 엑스포를 치른 곳답게 공원은 웅장했다. 하지만 주말에도 방문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회저 대표는 "공간은 훌륭한데 즐길 거리가 너무 없다"며 "지역 특색과 연계된 다양한 콘텐츠를 연계해야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수에서 남해군으로 이동하는 동안 회저 대표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수많은 섬과 작은 농촌 마을 등 경관이 모두 신기하다고 했다. 상주해수욕장과 미조항 등을 돌아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해양 경관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감탄했다.
회저 대표는 남해안 개발을 민간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어설프게 개발하기보다 지금 모습 그대로 놔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개발을 한다면 지금 모습 그대로 보고 체험할 수 있게 하되 국가 주도로 체계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한꺼번에 전체를 개발하기보다 점 단위로 시범사업을 하고 조금씩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섬을 잇는 다리를 짓기보단 소형 페리를 운항하는 식이다. 정영선 대표도 "지역별 특색이 제각각 다르니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단 지역별 특성을 극대화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저 대표는 남해안에 대학급 서비스 전문학교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학교가 지역민들에게 언어와 서비스 교육을 제공해 기업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최고급 호텔이라 해도 남해안에서 사업을 하려면 지역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하게끔 교육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회저 대표는 남해안 서비스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지역 특색과 무관한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진입은 막는 등 규제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다보스포럼으로 유명한 스위스 다보스는 목초지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목장 풀 길이, 숙박업소 커튼 색깔 같은 사소한 것까지 규제해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 반면 최상급 관광지였던 바르셀로나는 올림픽 이후 질 낮은 서비스가 넘쳐 이젠 그 지위를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 통영시 신아SB조선소 전경. |
면적 14만7000여 ㎡의 용지는 미항(美港)으로 소문난 통영항을 마주하고 통영 대표 관광지 미륵산을 등지고 있다. 워낙 입지가 좋아 지역의 마지막 '황금알' 용지로 통한다. 일부 건설사는 이 지역을 매입해 50층 규모 주상복합단지로 짓겠다고 통영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했다. 반면 통영시는 미륵산 케이블카와 연계해 이 지역을 복합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매입자금 1000억원을 못 구해 착공도 못했다.
조선소를 구석구석 살펴본 회저 대표는 국가가 나서 이 용지를 쉼터로 만들고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빌바오 조선소가 부활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이 지역도 공공 주도로 경관 디자이너와 건축가 수십 명을 동원해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며 "계획 없이 접근하면 망칠 것"이라고 충고했다.
회저 대표는 통영이 스페인 피게레스를 벤치마킹
[여수·남해·통영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