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8개 금융투자회사가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식 채택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연금·공제회 같은 소위 국내 큰손들도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자산운용사들에 KDB산업은행이나 한국증권금융의 위탁운용사로 우선 선정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금융위는 13일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확정한 8개 금융투자사와 간담회를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에 관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8개 회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제브라투자자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다. 내부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을 검토 중인 NH-아문디자산운용도 간담회에 참석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과 이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 같은 금융 유관기관이나 연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중장기 성장을 중시할 것"이라며 "이런 중장기 수익 추구 성향을 감안해 산업은행, 증권금융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들이 주주의 충실한 자산관리자로서 기업 경영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기 위해 따르는 자율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확산돼 국내 주식시장이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박스권을 벗어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일본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기관투자가들의 주주 활동에 대응해 일본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배당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늘리면서 결과적으로 일본 증시가 20년 박스권을 탈피하는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은 이제 첫발을 떼는 수준이다.
국내 최대 자산운용기관인 국민연금이 앞장서서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다면 다른 국내 연기금, 자산운용사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최순실 사태' 여파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미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