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고위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들었다"며 "지난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실무진이 방문해 대우건설로부터 브리핑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과 산업은행 관계자는 "맞는 내용"이라고 확인해줬다.
최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대우건설의 관계는 각별하다.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주택부 장관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대우건설·한화건설과 향후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에서 10만가구의 주택 설계 및 시공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때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은 채 대우건설을 선정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가 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의 울산 잔사유 고도화 생산단지 및 올레핀 생산공장 건설 업무를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이 수주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4분기에만 4500억원의 잠재손실을 털어내 '빅배스'의 주된 원인이 됐던 자잔 현장도 아람코가 발주한 공사였다.
이 같은 '밀월 관계'를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란 반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내 150만가구 주택을 건설해 국민에게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단 대우건설과 10만가구 건설 MOU를 체결했지만 더 많은 일감을 대우건설에 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국 내에 대형 주택 건설사업을 감당할 만한 대형 건설사가 없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가져가는 이익이 급증하게 되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우건설 대주주가 될 경우 이익의 상당 부분을 다시 배당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쌍용건설이 있다. 쌍용건설은 2015년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ICD)을 최대주주로 맞으면서 법정관리 졸업 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5년 말 16억달러 규모 해외 프로젝트 3건을 동시에 거머쥐었는데 3건 모두 ICD가 쌍용건설에 몰아준 것이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미 두바이 3대 호텔 중 2곳을 2000년대 초반 시공해 두바이와 깊은 인연이 있었다"며 "이후 두바이투자청이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참여할 시공사가 필요해지자 이미 기술력이 검증된 쌍용건설을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 거론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양대 국부펀드인 PIF나 SAMA포린홀딩스가 인수하는 방안, 국영기업인 아람코가 인수하는 방안, 아람코의 자회사인 에쓰오일이 인수하는 방안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 재원이 주로 원유 생산에서 나오는 만큼 향후 국제유가 움직임이 대우건설 인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건설 측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인수 의향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모기업은 건설현장에서 요구되는 각종 차량 렌트를 자회사에서 조달하도록 하면서 시장 가격보다 몇 배 비싸게 비용을 청구해 사실상 대우건설의 이익을 편취했다"며 "대우건설 노하우와 이익을 빼먹는 기업보다는 대우건설 발전을 도울 모기업을 원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해외 공사 수주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연내 매각 방침을 정하고 대우건설에 대한 재무진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안진회계법인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적정' 의견을 제시하면 매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의 50.7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사모투자펀드의 만기가 올해 10월 돌아온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