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면세점 업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실제 지난 2015년 여름엔 이 회사가 면세점 사업권을 막 따내면서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다. 주당 5만~6만원 사이에서 거래되던 주식이 보름만에 20만원까지 치솟았다. 신성장동력을 따낸 프리미엄이 주가에 톡톡히 반영되며 향후 전망을 높게 점치는 증권사 리포트도 쏟아졌다.
하지만 파티는 짧고 굵게 끝났다. 종가 20만원을 고점으로 내리막을 탄 주가가 제대로 된 반등한번 없이 3만원대 중반까지 밀렸다. 고점 기준으로 환산해 19개월만에 주가가 80% 넘게 떨어진 것이다.
면세점 사업이 회사 가치를 올리기는 커녕 실적을 갉아먹고 있는 주범이 된 탓이다. 2014년 영업이익 334억원으로 건실했던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12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기업으로 돌아섰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도 면세점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면세점이 견조한 백화점 실적을 깎아먹어 올해 농사도 잘해야 본전이라는 분석 목소리가 나온다.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 기업들 주가가 '승자의 저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무더기 허가로 올해 서울 시내에만 면세점이 13곳이나 영업할 정도로 경쟁이 격화된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여파로 물건을 사주던 중국인이 확 줄었다는 우려감이 주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따낸 면세점 사업권이 주가를 짓누르는 악재로 뒤바뀌며 실적 역시 악화되는 추세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두타면세점 등 신규 사업장은 지난해 적자랠리를 펼쳤다. 올해 들어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해 만든 HDC신라면세점이 지난달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정도다.
올해 역시 녹록지 않다. 지난해 명동점에 이어 올 연말 강남점을 오픈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잘해야 내년 이후에 면세점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신세계디에프 부진은 고스란히 신세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2015년 말 2차 면세점에서 서울 사업권을 따낸 직후 주당 25만원 넘게 거래됐던 주식이 18만원대로 내려왔다. 15개월만에 시가총액 30%를 반납한 셈이다. 그나마 연초 대비 주가가 소폭 회복된 것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말 면세점 티켓 막차를 탄 현대백화점 역시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올해 강남에 새로 들어서는 면세점 기대감에 주가가 들뜨긴 커녕 신규 투자 우려에 오히려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면세점 선정 직전 주당 11만3500원이던 주가가 최근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선정 두달만에 주가가 20%가까이 빠졌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부진한 면세점 진출로 올해 실적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면세점이 주업종인 호텔신라 역시 1년 사이에 주가가 30% 넘게 떨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면세점 우려로 낙폭이 큰 틈을 노려 베팅에 나서는 '역발상 투자'에 나설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분석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연말 예상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7~8배 까지 내려온 현대백화점이 대표적이다. 연말 예상 PER가 13배 안팎인 이마트나 20배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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