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열풍을 이끌었던 반포와 개포 '쌍포' 주공단지에서 이촌동 한강맨션·왕궁맨션, 신사동 현대맨션 등 저층 맨션 단지로 투자 열기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곳이 상가 소유주들의 동의로 급물살을 탄 한강맨션이다.
5층의 저층 주거단지인 한강맨션은 최근 전용면적 120.56㎡ 시세가 16억7000만원에서 17억6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지만 재건축을 통해 '최고 부촌'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실제 한강맨션은 한국 최초의 맨션 아파트 단지로 온수 상시 공급, 입식 부엌, 침대 생활 양식, 정원, 주차장 등을 갖추며 1970~1980년대 '부의 상징'으로 꼽혔다. 주공아파트처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지었지만 분양 당시 일본의 영향을 받아 대저택을 의미하는 맨션(Mansion)이 아파트 이름에 붙게 됐다.
한강맨션은 당시 주력 아파트였던 마포아파트(9평), 단독주택(12~26평)에 비해 몇 배가 넓은 55평 아파트였다. 이에 따라 맨션은 새로운 문화의 상징이 됐다. 탤런트 강부자, 가수 패티김 등이 당시 한강맨션 입주자로, 한 언론은 1970년 '서울 새 풍속도' 시리즈 기사를 보도하면서 '자가용 시동 소리에 출근길이 열리는 곳'이라고 소개할 정도였다.
한강맨션과 함께 이촌동의 또 다른 저층 맨션인 '왕궁맨션아파트'는 1975년에 지어졌다. 왕궁맨션 역시 5층 주거단지로 5개동 250가구로 구성돼 있다. 시세는 전용면적 102.48㎡가 10억8000만~13억원 수준이다.
한강맨션 인근 S부동산 대표는 "한강맨션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유주들이 그동안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사동에는 현대맨션이라는 또 다른 저층 맨션이 숨어 있다.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해 있으며 3층 19개동에 126가구가 산다. 1981년 입주가 시작됐다. 시세는 전용면적 132.3㎡가 15억2500만~16억2500만원, 전용면적 193.04㎡가 20억4000만~22억25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이들 맨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주공단지처럼 '대지지분'이 크기 때문이다. 건물은 낡았지만 땅값만 쳐도 재건축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한강맨션은 현재 시세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대지지분율이 높아 재건축 때 부담금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이익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다. 왕궁맨션의 대지지분율도 인근 다른 아파트보다 높아 재개발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동 현대맨션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현대맨션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최고층인 3층은 다소 불편하지만 강남 한복판의 비교적 규모가 큰 저층 주거지에, 대지지분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추진 속도와 관계없이 언젠가는 재건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유층이 돈을 묻어두는 용도로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건축 추진에 '청신호'가 들어온 한강맨션은 4월 초 조합 총회를 열고 곧바로 사업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관리처분 신청까지 마쳐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유예받겠다는 복안이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받기 위해 여의도 재건축단지 등에서 신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아직 한강맨션은 신탁 방식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해결이 안 된 부분도 있다. 한강과 맞닿아 있는 28동의 주민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한강변에 위치한 18·28·38동 주민은 상가동 지지율이 50%를 넘어야만 찬성하겠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취했다"며 "완강히 반대하던 상가동이 찬성으로 돌아선 만큼 한강과 인접한 동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데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기정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