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닥지수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지지부진했지만 여전히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닥 투자에 있어 '실적 개선'을 핵심 키워드로 꼽고 지금이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년 코스닥지수는 682.35에서 631.44로 7.5% 하락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610선까지 주저앉았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90%를 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한 해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본 셈이다. 이처럼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역발상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최근 코스닥지수 하락세에도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들과 가상현실(VR)·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스닥지수 또한 500 중반대에 형성된 강력한 저지선 때문에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하반기부터는 국내외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중소형 업체들의 수혜가 끝나면서 당분간 코스닥시장에서는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600~650선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코스닥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실적과 성장성에도 시장에서 소외된 낙폭 과대주와 가상현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관련주 등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채무한도 협상, 유럽지역 선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형 수출주보다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국 정부의 채무한도 협상 등 3월 중순까지 대내외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가운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장에서는 대외 경기에 민감한 대형 수출주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형주 중심의 대응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연초부터 대형주 주도로 코스피가 상승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중소형주가 소외됐다는 점 또한 대형주 대비 가격 및 부담을 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대형주 주도의 장세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중소형주를 다시 한 번 추천했다. 먼저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코스닥 유망 종목으로 SKC코오롱PI와 원익머트리얼즈를 꼽았다. SKC코오롱PI의 경우 신규 증설과 매출처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외형 성장이 예상된다. 원익머트리얼즈는 올해부터 주요 고객사가 본격적으로 3D 낸드플래시 생산에 들어간다는 점과 향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특수가스 납품 확대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KB증권은 현미경 전문업체 파크시스템스와 휴대폰용 카메라 전문업체 나무가를 추천했다. 파크시스템스는 올해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반도체시장 확대에 힘입어 산업현미경시장 또한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나무가는 스마트폰 전면카메라 고급화 추세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듀얼 카메라 채택 확대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케미컬 부문의 수익성 회복과 음극재 등 신사업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포스코켐텍과 제품·고객사 다변화에 따른 수익 안정성이 기대되는 이녹스를 추천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