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오랜만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을 통해서다. TPG는 최근 국내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다 고배를 마셨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열의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TPG는 지난 16일 MBK파트너스의 승리로 돌아간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을 앞두고 이상훈 전 모건스탠리 PE 대표를 서울오피스 헤드 겸 글로벌 파트너급으로 영입하는 등 한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TPG는 옛 뉴브리지캐피털 시절 제일은행 등에 투자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어왔다. 하지만 2008년 초 SK텔레콤에 하나로텔레콤을 매각하고 한국 시장을 떠났다. 그 사이 해외 PEF 운용사인 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주요 펀드가 오비맥주 매매로 수조 원대 '대박'을 거두고 홈플러스 등 조 단위 빅딜 거래가 한국 시장에서 이어지자 재진출에 나선 것이다.
딜 초반만 해도 TPG는 많은 후보 중 한 곳에 불과했다. 마지막까지 경쟁에 참여할지 여부도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TPG는 경쟁이 거듭될수록 뒷심을 발휘했고 막판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당초 1조원대 중반 정도로 예상된 매각가는 경매호가식 입찰(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의 협상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2조원 수준까지 치솟았고 TPG는 결국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시장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승부를 펼친 TPG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시장에 존재감을 각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이 MBK파트너스의 승리로 돌아가자 '한국 기업 공개 매각 M&A에서는 MBK파트너스와 맞서지 마라'는 시장 격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원대 대형 매물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글로벌 대형 PEF인 KKR와 칼라일을 따돌리고 승리했다. 그해 말에는 1조원 매물인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서 글로벌 PEF인 SC PE에 막판 역전승을 거두기도
양자가 치열하게 맞선 탓에 수혜자는 매각 측인 골드만삭스라는 얘기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매각을 통해 큰 투자수익과 함께 대성합동지주 재무구조 개선까지 거두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2014년 대성산업가스 지분과 전환사채 등에 총 4200억원을 투자한 대주주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