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제재 후 향후 3년간 금융당국 승인이 필요한 신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추진해오던 굵직한 신사업들이 표류되는 것은 물론, 대표이사 연임에 차질이 생기는 등 징계 후폭풍이 만만치 많아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이번 제재로 가장 마음이 바빠진 곳은 삼성생명이다. 문책 경고를 받아 연임은 물론 앞으로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거취는 금융위원회에서 관련 사안을 언제 처리할지에 달렸다. 3월 24일 주주총회 이전에 금융위에서 제재를 확정하면 연임 불가, 주주총회 이후 확정되면 연임이 가능해진다.
이번 중징계로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삼성카드, 삼성증권 지분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했지만 3년이나 작업이 늦춰지게 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11월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증권(30.1%) 삼성카드(71.9%) 삼성자산운용(98.7%) 등 주요 금융계열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한 상태다. 이제 삼성화재가 가지고 있는 자사주(15.98%)만 추가 매입하면 삼성화재 지분도 30% 이상 확보할 수 있는데, 이번 징계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보험업법상 영업정지를 받으면 3년간 보험사, 카드사, 금융지주사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 시 대주주 적격성 승인도 불가능하다.
한화생명도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전환 작업에 차질을 빚는 한편 최근 수년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 진출을 활발히 해왔지만 추가적으로 다른 지역에 법인을 낼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이 안 된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책경고를 받은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는 2018년 3월 임기 전 사임설이 나오기도 하지만 회사에서는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회사 오너인 신창재 회장이 '주의적 경고'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로 회사 최고경영자(CEO)직을 지키게 돼 가슴을 쓸어내린 교보생명도 고심해 왔던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이 무산될 위기여서 고민이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금감원 징계 사실이 악영향을 줘 심사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수조 원대의 공모자금으로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시 필요한 자본금을 충당한다는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재 받은 사항이 영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여부를 자세히 따져 봐야 하겠지만 상장 심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들 3사가 향후 금융사의 인수·합병(M&A)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KDB생명 등 IFRS17 도입 시 자본 확충이 어려운 보험사들이 매물로 줄줄이 나오고 있는데 빅3가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 등 외국계 손에 이들 보험사가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재 실효성 논란도 적지 않다. 금감원이 내린 영업 일부정지는 문제가 됐던 '재해사망보장' 신계약을 일정 기간(삼성생명 3개월, 한화생명 2개월, 교보생명 1개월)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 따르면 주계약이 재해사망보장인 상해보험은 생보사 전체 보험계약 중 10% 남짓에 그치고 보험료도 월 1만~2만원대에 불과해 판매가 금지돼도 보험사에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회사별로 최저 3억9000만원, 최고 8억9000만원에 그친
삼성이 1008억원, 한화가 870억원, 전체 건을 지급했다는 교보도 462억원을 덜 냈기 때문에 이번에 징계를 받은 것인데 결국 이보다 적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납부하는 것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준형 기자 /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