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이처럼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골드만삭스 사단'이 알리바바와 앤트파이낸셜의 큰 축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형권 앤트파이낸셜 한국대표가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의 동생이라는 점이 이목을 끈다. 정형권 대표는 형과 같은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잠시 골드만삭스 뉴욕지점에 몸담은 바 있다.
이후 크레디트스위스 뉴욕지점을 거쳐 크레디트스위스 홍콩지점에서 금융사 딜 전문 스페셜리스트로 근무하며 동양생명, 외환은행 매각 등 금융사 딜에서 맹활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 형제가 전면에 나섰다면 뒤에서는 전직 골드만삭스 출신 거물들이 이를 지휘했다.
마이클 에번스 알리바바그룹 사장은 2008~2013년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마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다. 에번스 사장은 최근 마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는 등 골드만삭스 네트워크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투자를 집행한 앤트파이낸셜의 더글러스 페이건 수석부사장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그는 골드만삭스 투자은행(IB) 부문 금융기관 담당 아시아·태평양 대표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앤트파이낸셜에 입사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사단 특유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향후 '빅딜'을 수임하기 위해 골드만삭스가 '무보수 봉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알리바바가 국내 인터넷기업 관련 투자 공세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알리바바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10억달러 규모 쿠팡 투자 과정 역시 골드만삭스 작품이다. 우연찮게 정형권 대표는 2015년부터 올해 초 앤트파이낸셜 한국대표로 옮기기 전까지 쿠팡 재무팀 임원으로 재직했다.
그의 형인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는 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딜을 자문하며 400억원 규모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딜은 이후 쿠팡이 '로켓배송'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 덕분에 파이낸스아시아 등 주요 전문지로부터 '2015년 한국 최고의 딜'로 선정된 바 있다.
소프트뱅크 역시 쿠팡 투자를 결정할 당시 골드만삭스 거물이 포진해 있었다. 마크 슈워츠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회장이 주인공이다.
슈워츠 전 회장은 2001~2004년, 2006~2016년 무려 14년간 소프트뱅크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아울러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회장 재직 시절인 2014년 9월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인 알리바바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주간 업무를 성공리에 수행해 알리바바 대주주
소프트뱅크는 연차 보고서에서 "그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소프트뱅크의 경영 판단과 결정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며 커다란 신뢰를 보낸 바 있다. 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 의사결정에 한몫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